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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이야기 8
타니카와 후미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2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만화책 2023.3.18.
혼자가 아니니 혼자인
《솔로 이야기 8》
타니카와 후미코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2.1.15.
《솔로 이야기 8》(타니카와 후미코/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2)을 돌아봅니다. 2012년부터 한글판이 나온 《솔로 이야기》는 2023년에 이르러 모두 열걸음으로 매듭을 짓습니다. 책이름처럼 ‘혼살이’를 하는 순이돌이 이야기를 토막토막 다루기도 하되, ‘함살이’를 그리거나 누리는 순이돌이 발걸음을 짤막짤막 들려주기도 합니다. 이제 갓 스무줄에 접어드는 순이돌이 오늘을 그리고, 어느새 마흔줄을 넘어서는 순이돌이 하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은 다릅니다. 참으로 다르니, 삶도 살림도 다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르고, 좋아하는 마음이 다르지요. 얼핏 ‘사랑’이라고 여겼으나, 사랑이 아닌 ‘매달림’이나 ‘끄달림’이라 느끼기도 하고, 살을 섞거나 손을 잡으니 좋다고 느끼기도 하며, 손도 안 잡고 살도 섞은 일이 없으나 어느 날 문득 “사랑이었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혼자 싹틉니다. 흙이 품어 주는 데에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되, 어미풀이나 어미나무가 도와주어야 싹트지 않아요. 틀림없이 흙이 둘러싸는 고요한 어둠 한복판에서 싹이 틉니다만, 다른 씨앗이나 푸나무가 도와서는 싹틀 수 없는 작은 씨앗 한 톨입니다.
싹이 트고 보면 둘레에 ‘저처럼 스스로 싹튼 숱한 푸나무’가 가득한 줄 알아차립니다. 싹이 틀 때까지는 혼자 모든 힘을 쏟았다면, 싹이 트고 보니, 다 다른 씨앗이 나란히 서서 저마다 즐겁게 사랑을 속삭이면서 깨어난 줄 알아볼 만해요.
하나이기에 함께입니다. 함께이기에 하나입니다. 혼자서 살림을 가꾸기에 둘레에서 함께할 수 있습니다. 함께 돕고 거드는 마음이 모이기에 홀로서기를 하면서 날갯짓을 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하나이면서 함께’이고 ‘혼자이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삶길이자 살림길이고 사랑길이에요.
혼자라서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습니다. 혼자라서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습니다. 함께라서 세거나 든든하지 않습니다. 함께라서 안 외롭거나 안 쓸쓸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아닌 끌림이나 얽힘일 적에는 부끄럽거나 외롭습니다. 끌림이나 얽힘이 아닌 사랑일 적에는 스스럼없이 일어서고 스스로 빛나는 걸음걸이예요.
《솔로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이되 혼자가 아닌’ 길이란 무엇인지 숱한 사람들한테 물으면서 길을 헤아립니다. ‘함께가 아닌 듯하지만 함께인’ 길이란 무엇인지 다 다른 사람한테 넌지시 물으면서 길을 찾아요.
하늘은 크게 하나이되 함께 파랗습니다. 바다는 너르게 하나이되 다 다른 물방울이 어우러집니다. 바람은 크고작은 온갖 줄기가 얽혀서 하나이면서 다 다르지요. 우리는 사람이란 몸을 입은 다 다르면서 모두 같은 숨빛인 줄 얼마나 알아보거나 알아차리거나 알아내는 이 길을 걷는 몸짓일까요?
ㅅㄴㄹ
‘타임머선을 타고 사귀는 사이로 돌아간다 해도, 결국 우린 헤어지겠지. 정말 좋아하지만 거긴 서로의 자리가 아니니까. 좀 가슴이 아프지만, 그대로 멈추지 말고 나아가자. 언젠가 여기가 내 자리라고 생각되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19쪽)
‘먼 곳에서 서로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기쁠 때, 문득 지쳤을 때, 가슴속에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는다. 그런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 있다. 맹세 없는, 그러나 놓을 수 없는 마음을, 나는 선택했다.’ (56쪽)
‘미워하기보다 놓아버리는 편이 좋아. 깨끗한 바람이 반짝이는 방을 훑고 지나간다. 내 가슴도 망가져버렸지만, 그를 정말 사랑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74쪽)
“이름은 재밌어. 알게 되면 윤곽이 확실해지는 느낌이 들어. 이름은 생명이니까, 마물한테 본명을 들키면 안 돼.” (84쪽)
“나도 네가 좋아. 즐거웠어. 저 세상이든 다음 생에든, 마주하게 되면 또 말 걸어 주기다.” (92쪽)
‘아아, 나 더 씩씩해지고 싶어. 많은 걸 잘해내고 싶고. 40대가 되어도 미래의 나에게 기대해도 되잖아? 내일 당장 운명적인 사랑에 빠질 수도 있잖아? 그럼 지금부터 뭘 할까? 뭘 배워 볼까?’ (110쪽)
#おひとり樣物語 #谷川史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