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좋아서 하는데 2022.12.31.흙.
좋아서 한다면 나쁠 일은 없겠지. 좋아서 한다는데 아무도 말릴 수 없고, 말릴 까닭이 없어. 나쁜 줄 알면서 하면 좋을 일은 없겠지. 나쁜 줄 알면서도 할 적에는 누구도 말릴 수 없고, 말려도 부질없어. 그런데 ‘나쁜 줄 알면서 할’ 까닭이 있을까? ‘나쁜 줄 알면서도 한다’면, 첫째로는 스스로 길들고 물들고 스며들고 젖어들어서 못 빠져나온다는 소리야. 누가 건져 주기를 바란다는 소리일 수 있고, ‘어쩔 수 없잖아?’ 하면서 스스로 꿈을 잊고서 산다는 소리야. 둘째로는 겉으로만 이렇게 말할 뿐, 막상 스스로 ‘좋아서 한다’를 달리 말하거나 감추는 셈이지. 아무튼 누가 무엇을 할 적에는 두 갈래로 볼 만해. 첫째, ‘사랑으로’ 한다. 둘째, ‘마음 가는 길로’ 한다. 사랑으로 할 적에는 언제나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서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는 빛이야. ‘마음 가는 길로’ 할 적에는 좋은가 나쁜가 따지거나 가리는 길이야. 넌 어느 길에 있겠니? 넌 어느 길에 있으면서 하루를 보겠니? 네가 사랑길에 있는 하루라면, 걱정도 두려움도 미움도 없이 늘 무엇이든 사랑으로 지어서 펴고 나누고 얻는단다. 네가 사랑길에 없는 하루라면, 걱정스러워 꾸미고 두려워 감추고 미워서 덧씌우지. 겉으로 드러나는 말하고 속에 놓는 말은, 사랑길일 적에는 한결같고, ‘마음 가는 길’일 적에는 겉속이 달라. 그러나 생각해 보렴. 걱정할 수 있고, 두려울 수 있고, 미울 수 있어. 너희는 이 셋을 느끼고 누리다가 살살 녹여서 넘어서는 꿈길로 나아가려고 ‘몸’을 입었는걸. 너희 몸으로 겪는 모든 길을 그저 느끼고 달래며 천천히 사랑으로 가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