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헌테는 잡초여도 내헌테는 꽃인게 섬아이 3
왕겨 지음 / 섬집아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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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3.15.

그림책시렁 1176


《넘헌테는 잡초여도 내헌테는 꽃인게》

 왕겨

 섬집아이

 2023.3.13.



  쑥에서는 쑥냄새가 나고, 냉이에서는 냉이냄새가 납니다. 달개비한테서는 달개비냄새가 퍼지고, 찔레한테서는 찔레냄새가 퍼져요. 똑같은 이름인 풀은 없습니다. 같은 이름으로 가리키는 풀이어도 돋는 자리에 따라 다른 기운입니다. 흙이 싱그러우면 풀도 한결 싱그럽고, 풀포기를 쓰다듬는 손길이 사랑스러우면 풀마다 사랑스러운 숨결이 뱁니다. 《넘헌테는 잡초여도 내헌테는 꽃인게》는 온누리를 푸릇푸릇 덮는 풀포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넘’이 무어라 한다면, ‘그넘’이 그 집안에 스스로 끌어들이거나 심는 길입니다. ‘그넘’은 ‘풀’을 볼 마음이 없이 ‘밉것(잡초)’으로만 바라보려 한다면, ‘그넘’이 만진 푸성귀도 ‘싱그러운 숨결’이 아니라 ‘밉것을 죽이려는 굴레’일 뿐입니다. 모든 풀과 나무는 꽃을 피웁니다. 꽃을 안 피우는 푸나무는 없습니다. 꽃을 피워 씨앗을 맺고 열매를 내놓지요. 온누리는 풀꽃나무가 푸릇푸릇 북돋우고 품고 풀어내는 맑으면서 밝은 기운을 받기에 살아납니다. 이 별에 사람만 있다면 사람부터 죽습니다. 풀이 돋을 흙을 잿더미(시멘트)로 덮으면 바로 사람부터 숨막힙니다. 마당에 나무를 심는 터전을 누려야 비로소 ‘집’이고, 집풀에 집꽃에 집나무를 보듬을 수 있어야 다같이 아늑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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