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자폐인 이야기 - 개정판
템플 그랜딘 지음, 박경희 옮김 / 김영사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3.3.14.

푸른책시렁 165


《어느 자폐인 이야기》

 템플 그랜딘

 박경희 옮김

 김영사

 1997.6.28.



  《어느 자폐인 이야기》(템플 그랜딘/박경희 옮김, 김영사, 1997)를 읽었습니다. 예전에도 읽었고, 아이들이 부쩍 자라서 아이들한테 글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새로 읽고는, 이 책을 아이들한테 건넵니다. 어느 모로 보면 템플 그랜딘 님을 ‘훌륭하다(위인)’고 여길 수 있을 텐데, 이보다는 우리 곁에 있는 작은 이웃으로 바라볼 적에 비로소 마음을 읽고 나눌 만하리라 봅니다.


  작게 태어난 아이는 작게 숨쉬는 이웃을 알아봅니다. 작게 숨쉬는 이웃은 작게 태어난 아이한테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둘은 이 별에서 작으면서도 빛나는 하루로 만나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푸른별(지구)은 온누리로 보자면 더없이 자그맣습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조각(세포)도 우리 몸뚱이로 본다면 가없이 자그맣습니다. 누구나 별빛 같은 조각으로 몸을 이루고, 사람 하나하나도 별빛이요, 이 별빛으로 푸른별이 한덩이를 이루고, 이 별은 하나하나 모여서 온누리를 이룹니다.


  모든 조각(세포)은 다릅니다. 똑같은 조각은 하나조차 없습니다. 머리카락도 모두 달라요. 뭉뚱그려 머리카락이라 하지만, 다 다른 결이 나란히 있을 뿐입니다. 나라에도, 마을에도, 배움터에도 다 다른 사람이 어우러집니다. 똑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나 마을이나 배움터를 들여다볼까요? 다 다른 사람을 다 같은 울타리나 틀에 가두지는 않나요?


  다 다른 사람은 다 다른 몸을 입고서 다 다른 마음으로 살림을 짓습니다. 다 다르니 다 다른 책을 읽고서 다 다른 글을 쓸 만합니다. 그렇지만 배움터도 마을도 나라도 모든 사람이 똑같거나 닮은 책을 읽고 똑같거나 닮은 글을 쓰며 똑같거나 닮은 눈으로 바라보도록 길들거나 내몰아요.


  우리는 참으로 다 다른 숨결이 맞나요? 우리는 그야말로 서로 다르게 만나서 스스로 사랑을 싹틔우는 사람이 맞을까요?


  맞춰야 할 까닭이 없고, 맞아야 하지도 않습니다. 남을 쳐다볼 일이 없고, 남한테 마음을 기울여야 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결을 들여다보면서, 새롭게 사랑을 일으켜 보금자리를 돌볼 적에 아름답습니다. 겉모습이나 몸매나 얼굴이 아닌 숨결을 북돋우기에 비로소 사람이며, 숲을 느낄 테고,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시 제 넋을 쓰다듬겠지요.


ㅅㄴㄹ


나는 상황을 설명했고, 어머니는 귀 기울여 들었다. 항상 그렇듯이 어머니는 내 편이 돼주었다. 어린 동생들을 침대에 뉘어놓고 아버지가 산책하러 나간 뒤에 우리는 자세한 계획을 세웠다. (82쪽)


까마귀 둥지를 발견한 지 1년 후, 나는 그 작은 전망실에 서서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였고 나에게 좀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그 작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밤하늘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아름다움에 빨려들었다. (108쪽)


자폐인들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그들이 다룰 수 없는 여러 자극들을 차단한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자극은 일반 성인에게서도 쉽게 일어나는 신경질을 감소시킨다. (147쪽)


내가 압박기를 조작할 때 나 자신이 느긋한 태도를 취하면 가축들이 이리저리 날뛰지 않았다. 가축들도 인간의 긴장감을 느낀다. (178쪽)


삶에 대한 근본적인 의미를 미치도록 추구하던 시기도 이제는 지나갔다. 더 이상 한 가지 일에 집착하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나는 일기를 거의 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항우울제가 많은 정열을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195쪽)


나는 내 지성을 사용하는 데 큰 만족을 느낀다. 나는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을까 궁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좋아한다. (238쪽)


#Emergence #LabeledAutistic #TempleGrandi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