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넋 / 숲노래 책빛 2023.3.13.

책하루, 책과 사귀다 170 도서정가제



  책나라(출판왕국) 일본에서는 책을 살 적에 ‘책에 찍힌 값’대로 돈을 내지 않습니다. 일본은 ‘책에 찍힌 값 + 낛(세금)’입니다. 일본은 ‘책을 사는 사람’이 ‘책에 붙는 낛(세금)’까지 더 치릅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낛’조차 안 낼 뿐 아니라, ‘적어도 10% 에누리’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덤(적립금)까지 있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책에 붙은 값 + 낛’을 치를 노릇인데, ‘낛’조차 안 내면서 에누리까지 바라는 마음이라면, 책을 왜 읽을까요? 두고두고 읽을 아름다운 이야기를 묶기에 비로소 책입니다. 싸구려로 팔아치워서 떼돈이나 목돈을 벌어들이려는 뭉치에는 ‘책’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 ‘책’이 아닌 ‘책 시늉을 하는 종이뭉치’를 싸구려로 사들여 ‘빨리 훑고 얼른 팔아치우는’ 굴레에 스스로 사로잡혔다고 여길 만합니다. 모름지기 ‘책’이란 이름을 붙이려면, 책집에서 1벌 읽고, 사서 집으로 들고 와서 1벌 더 읽고, 틈틈이 다시 들추며 끝없이 되읽으면서 마음을 살찌우는 빛살이어야겠지요. 두어 벌조차 못 읽는다면 불쏘시개나 그릇받침을 산 셈입니다. 마음빛을 살 적에 에누리를 바라는 마음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면, 아름다운 책을 읽는들, 마음을 가꾸는 길하고 멀 테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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