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3.11. 요로원야화기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예전에도 ‘을유문고’를 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한겨레싸움(한국전쟁)을 마친 뒤에 나온 을유문고는 제법 만날 수 있으나, 한겨레싸움이 터지기 앞서 나온 을유문고는 아주 드문 책입니다. 이제 막 수렁에서 벗어난 때이기도 하고, 온나라가 뒤죽박죽 다툼질이 끊이지 않던 1949년에 나온 작은 《乙酉文庫 2 要路院夜話記 外 十一篇》을 서울 길음 헌책집 〈문화서점〉에서 만났습니다. 묵직한 등짐에 이 작고 얇으며 바스라지는 책을 고이 품으면서 시외버스에 탔고, 서울에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에 살살 넘겼습니다. 1949년 그무렵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그때로서는 반들반들했을 새책’인 이 작은책을 손에 쥐고 펼쳤을까요? 이 작은책은 어떻게 싸움판에서 살아남고, 서슬퍼런 나날을 견디다가,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을까요?
남겨 놓기에 모두 글(기록)이나 책(자료)이 되지는 않습니다. 손길을 탈 뿐 아니라, 살림하는 마음이 깃들어야 비로소 글이며 책이 됩니다. 읽히기에 글일 수 없습니다. 널리 읽힌다고 하더라도, 숲빛으로 푸르게 일렁이는 사랑을 어린이 곁에서 어린이 눈망울로 나눌 수수하며 상냥한 말씨로 가다듬지 않았으면, 무늬는 글일 테지만 속살로는 허울이라고 느낍니다. 오늘 이 나라에는 ‘글 아닌 허울’이 수두룩하게 넘치지 않나요? ‘글 아닌 허울’을 읽고서 ‘책을 읽었다’고 여기는 마음이 끔찍하도록 가득하지 않나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