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왕 세종
권오준 지음, 김효찬 그림 / 책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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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숲노래 책읽기 2023.3.10.

맑은책시렁 295


《새내기왕 세종》

 권오준 글

 김효찬 그림

 책담

 2021.5.15.



  《새내기왕 세종》(권오준·김효찬, 책담, 2021)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뭇임금 가운데 세종을 가장 우러른다고 합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우러르는 으뜸임금인 세종을 기리려는 뜻으로 줄거리를 짰구나 싶습니다. 그런 탓인지 모르나 “까막눈 백성(14쪽)”이라든지 “백성들은 장국과 고기를 어찌나 배부르게 먹었는지(31쪽)”처럼, 어쩐지 우리 스스로 ‘우리(백성)’를 깎아내리거나 얕보는 말씨나 이야기가 자꾸 나옵니다.


  앞에서 이끄는 이가 한 사람 있어야 나라가 흘러가지 않습니다. 앞에서 이끄는 이가 훌륭해야 나라가 훌륭하거나 살기에 좋지 않습니다. 나라가 흘러가려면 ‘우리(백성·민중·국민·시민·민초·인민)’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저런 한자말로 가리키는 허울이 아닌, 그저 수수하게 ‘우리’이면 됩니다.


  우리가 낳아서 돌보는 아이들이 우리처럼 수수하게 자라면서 빛나는 터전이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우리가 아이들 곁에서 슬기롭고 어질게 살림을 가꾸면서 스스로 맑게 웃고 밝게 춤추며 잔치를 이루는 곳이 사랑스러운 마을입니다.


  요새는 ‘왕씨 고려’나 ‘이씨 조선’이라 하지는 않는 듯싶으나, 이런 이름을 2000년에 접어들 즈음까지 썼습니다. 왜 이런 이름을 썼을까요? 고려나 조선을 깎아내리려는 이름일까요? ‘왕씨 고려’나 ‘이씨 조선’이란 왕씨나 이씨만 임금 자리에 설 뿐 아니라, 벼슬이고 감투이고 온통 몇몇 사내만 거머쥔다는 속뜻을 드러냅니다. 나라지기나 벼슬을 ‘순이돌이(남녀)’가 고르게 맡지도 않을 뿐더러, 사람들 사이에 위아래(신분·계급·질서)를 단단히 세워서 종(노예·노비)으로 허덕여햐 하는 사람이 숱하게 있었다는 뜻으로 ‘왕씨 고려’나 ‘이씨 조선’이란 이름을 씁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로 쳐들어온 일본을 ‘일본 제국주의’라고 하지요. 총칼로 사람을 입을 틀어막고 억누른 나날 가운데 ‘박정희 군사독재’도 있어요.


  아무리 임금 한 사람이 훌륭했다고 해도, 그분은 임금집 밖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백성)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나리(양반)한테 짓눌려 시름시름 들볶였습니다. 아무리 훈민정음을 여미었어도 사람들은 종이나 붓조차 만질 수 없던 조선이란 나라요, 글씨는 어깨너머로 구경을 해서도 안 되던 조선이란 굴레였어요.


  어린이한테 섣불리 ‘훌륭한 임금’이라고만 가르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발자취를 어린이한테 들려줄 적에는 ‘높다란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줄거리’가 아니라, 바로 들풀과 들꽃 같은 작고 수수한 사람들 자리에서 ‘손수 집을 짓고 옷을 짓고 밥을 지을 뿐 아니라, 우리가 주고받는 말을 짓고 생각을 짓고 마음을 지은 숲빛마을 보금자리’라는 눈길로 이야기를 여밀 노릇이라고 봅니다.


  글(한문)로 남은 조선왕조실록 같은 줄거리는 걷어치울 때라고 느껴요. 우리 몸에 아로새긴 ‘어버이가 아이를 사랑한 마음’과 ‘어진 어른 곁에서 슬기롭게 눈을 밝혀 철드는 아이 숨결’로 지난삶과 오늘삶을 나란히 바라보는 이야기를 갈무리해야, 비로소 동화요 위인전이요 어린이책이라 여길 만하다고 봅니다. 《새내기왕 세종》은 어린이한테 이바지할 줄거리가 도무지 없다고 느낍니다. 오히려 어린이한테 굴레를 새롭게 씌우면서 ‘우리(백성)’가 어리석을 뿐이라 위에서 임금님이 갸륵하게 보살펴 주어야 한다는 뜬금없는 마음만 심겠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한양에서는 산해진미를 차려 놓고 풍악 들으며 노셨을 텐데, 이런 시골에 콱 박혀 지내시다니, 상왕이 해도 너무하셨어.” 까막눈 백성들이라 해서 대궐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지 않았다. (14쪽)


몇 차례의 매사냥으로 꿩은 물론, 노루와 토끼도 잡는 성과를 올렸다. 상왕은 사냥으로 잡은 짐승들을 종묘로 보내라 하고, 군사들은 물론 몰이꾼들에게도 푸짐하게 먹을거리를 풀라 했다. 백성들은 장국과 고기를 어찌나 배부르게 먹었는지 서로서로 불록 나온 배를 내밀어 보이며 즐거워했다. (31쪽)


여기저기 구경꾼들 입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 참 좋아졌네. 하찮은 종놈이 나라님 대접까지 받으니.” 양반들은 임금의 조치가 지나치다며 수군거렸다. “말 한 필 값도 안 되는 노비한테 저렇게까지 해줘야 할까?” (47쪽)


이종무는 공격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조선 군사들은 닥치는 대로 가옥들을 불살랐다. 이천 채에 달하는 가옥이 불타버렸고 적선을 백이십구 척이나 빼앗았다.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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