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애장판 5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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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2023.3.6.

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랑



《기생수 5》

 이와아키 히토시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10.25.



  《기생수 5》(이와아키 히토시/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에 흐르는 이야기를 곱씹어 봅니다. 우리한테 ‘목숨이 걸린 일’이나 ‘목숨을 거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일자리를 붙잡거나 거머쥐고서 그곳에서 물러나는 날까지 이럭저럭 일삯을 받아서 늘그막에 돈걱정이 없는 길에 목숨을 바치지는 않는가요?


  아이를 낳은 어버이는 아이를 누구한테 맡겨서 가르쳐야 어울릴까요? 이른바 ‘교육대학교’를 마친 ‘교원자격증’이 있는 사람한테 맡기면 아이들은 어련히 잘 자라서 ‘앞으로 돈을 잘 버는 일자리를 어렵잖이 따낼’ 만할는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책’을 읽는 사람이 드뭅니다. 글그림을 담아 종이에 묶었기에 ‘책’일 수 없습니다. 무늬가 책 같아 보이지만 ‘책 시늉’이나 ‘책 흉내’인 꾸러미가 수두룩합니다. ‘곁배움책(참고서)’에 ‘책’이라는 말끝을 붙이기는 하지만, 참말로 책으로 여겨도 될까요? ‘배움책(교과서)’에도 ‘책’이라는 말끝을 달기는 하는데, 참으로 책으로 삼아도 되나요?


  모름지기 ‘책’이라 할 적에는 셈겨룸(시험)에 쓰려는 연모가 아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곁에 놓고서 늘 틈틈이 돌아보면서 마음을 다독이고 가꾸는 징검다리로 삼는 이야기꾸러미일 노릇입니다. 한때 슥 훑다가 내버리는 종이꾸러미는 책일 수 없어요. ‘책인 척’입니다.


  오늘날 이 나라 배움터(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는 모두 아무런 ‘책’이 없습니다. 책다운 책이 아닌 ‘책 시늉’을 손에 쥐고서 ‘배움 시늉’을 하는 판입니다. 그래서 열두 해 동안 배움터를 다녔든, 서울에 있는 배움터를 마쳤든, 나라밖으로 배움마실을 다녀왔든, ‘사람다운 숨빛’이 아닌 ‘사람 시늉’이나 ‘사람 척’을 하는 얼뜨기가 흘러넘쳐요.


  작은 그림꽃 《기생수》는 그야말로 작은 푸름이하고 ‘오른손이(기생수)’가 주고받는 말이며 둘이 부대껴야 하는 하루를 찬찬히 보여주면서 “너희(사람)는 날마다 무엇을 보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하니?” 하고 묻습니다. “너희가 사람이라면 왜 사랑을 안 하니?” 하고 묻습니다. “너희가 참으로 사람이라면 너희는 왜 숲을 짓밟고, 같은 사람끼리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들볶거나 짓밟거나 죽이기까지 하니?” 하고 묻습니다.


  이제는 좀 생각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남이나 나라가 시키는 대로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똑같은 하루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가꾸고 지으면서 스스로 노래하고 꿈꾸고 춤출 줄 아는 ‘사랑을 알고 살림을 펴는 참한 사람빛’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참다운 나를 잊은 자리에는 삶이 없습니다. 참다이 나를 바라보지 않는 하루라면 살림이 아닌 굴레나 수렁입니다. 참답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고 돌보지 않을 적에는 늘 싸우고 다투고 겨루는 쳇바퀴에서 허덕입니다. 이제부터 바보짓을 끝내고 사람길을 걸을 수 있기를 바라요. 오늘부터 죽임질을 치우고 살림빛을 밝힐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어떻게 할래, 신이치? 문제는 그 남자가 너 하나만을 노리고 접근한 듯하다는 점이다. 그놈은 우리를 잘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는 그놈에 대해 전혀 모른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겠어?” (8쪽)


“잘 들으세요. 우리는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67쪽)


“그런 어린애가 어머니를 잃고 시체의 산을 넘고, 온갖 참혹한 지경을 당하고서도 꿋꿋이 살아가려 애쓰고 있어. 가엾지도 않아?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라. 너 같으면 견딜 수 있겠어?” (73쪽)


“앞으로는 어떤 의미에서든 인간들과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어. 그러니까 ‘동족’들끼리 서로 협력할 필요를 느낀 것뿐이라고 생각해 둬.” “웃기지 마. 공존이라니! 식인 괴물들과 무슨 공존?” “다른 생물을 예로 들어 봐야 허사겠지만, 인간과 가축들도 공존하고 있잖아! 물론 대등하진 않지. 돼지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일방적으로 자기들을 잡아먹는 괴물일 뿐이야.” (97쪽)


“인간들 자신도 거창하게 떠들어대고 있잖아? ‘지구의 모든 생물은 공존해야 한다.’ 개중에는 ‘사람은 자연보호, 자연은 사람보호’ 같은, 말도 안 되는 슬로건도 있고.” (98쪽)


“힘없는 인간인 나는! 나 하나를 지킬 힘도, 무기도 없고, 용기도 없어. 괴물들을 탐지할 안테나도 없어. 너와 같은 수준으로 여기지 말아 줘.” (163쪽)


“오, 오른쪽아. 뭐야? 이놈. 말도 많은데다 징그럽기도 하고.” “방심하지 마. 저러면서 우릴 탐색하는 거다. 아무리 표정이 풍부하고 말이 많아도 인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걸 잊으면 안 돼.” (221쪽)


#寄生獣 #岩明均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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