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3.4.

나는 말꽃이다 131 세밀화



  2001년에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이 되어 말꽃짓기를 처음부터 새로 하면서 ‘그림 맡기기’를 미리 챙겼습니다. 어린이한테 뜻풀이로만 낱말을 알려주기 어려울 적에는 그림을 붙여야 하는데 어떤 꼼꼼그림(세밀화)을 살펴야 하는가를 놓고 한참 오래 이야기했습니다. 꼼꼼하게 담은 그림도 이따금 넣어야 할 테지만, ‘낱말책은 해부도감이 아니’기에, ‘풀꽃나무나 살림살이나 목숨붙이’를 ‘낱낱이 뜯는’ 그림은 안 싣기로 했고, 그림님(화가)한테 이 대목을 잘 여쭈어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세밀화’는 일본말입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꼼꼼·낱낱·찬찬’으로 지을 만합니다. 때로는 꼼꼼히, 때로는 낱낱이, 때로는 찬찬히 담아낼 노릇입니다. 다만, 뜻풀이도 그림도 ‘과학’이라는 눈이 아닌 ‘숨결(생명)’을 담는 눈길일 노릇입니다. 풀은 왜 풀이고 나무는 왜 나무인가를 바라보아야지요. 먼 옛날 모든 살림을 손수 지은 사람들이 ‘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만나는 살림길에 지은 수수한 이름에 깃든 넋을 읽어야 뜻풀이도 그림도 어린이가 물려받아 새롭게 가꿀 사랑길로 잇는 징검다리가 됩니다. 해파리한테는 머리와 골(뇌)이 어디일까요? 다 다른 숨결을 다 달리 읽어야 다 다른 말을 보고 듣고 익힙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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