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돌프에게 고한다 4
데즈카 오사무 글.그림, 장성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9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2023.3.2.
총칼에는 사랑이 없다
《아돌프에게 고한다 4》
테즈카 오사무
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아돌프에게 고한다 4》(테즈카 오사무/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은 예나 이제나 우두머리란 놈들이 떠벌이는 ‘나라사랑(애국)’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말잔치에 겉발림에 눈속임인가 하는 대목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그들 우두머리는 언제나 막힘을 휘두르면서 숱한 마름(중간간부)을 거느렸는데, 이 마름 가운데 하나는 ‘배움터 길잡이’였습니다. 이들은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사랑의 매’를 퍼부었지요.
그들은 왜 ‘사랑의 매’를 퍼부었을까요. 아이들이 ‘사랑’을 못 보도록 망가뜨리고 싶거든요. 아이들이 ‘사랑’을 생각하지 않도록 내몰 속뜻이었고요.
그들은 왜 ‘나라사랑·겨레사랑’ 같은 외침말을 퍼뜨렸을까요? 그들은 사람들이 참답게 사랑으로 깨어나기를 바라지 않았기에 ‘나라사랑·겨레사랑’ 같은 굴레에 사람들 눈코귀입을 다 틀어막으려 했습니다. 지난날 일본 우두머리가 ‘죽음바치기(카미카제 특공대)’로 내몰았듯, 사람들이 스스로 자유도 민주도 평화도 평등도 생각하지 않도록 옭아매려 했어요.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참말로 ‘사랑’이라면, 눈속임인 나라사랑이 아닌 ‘나사랑’이어야 합니다. ‘나사랑’이 싹터야 ‘너사랑’으로 뻗고, ‘우리사랑’으로 자랍니다. 나너우리가 남남이 아닌 언제나 하나로 흐르는 숨빛인 줄 깨달을 적에는, 사람하고 숲이 한결같이 하나였다는 대목을 알아차립니다. ‘나사랑·너사랑·우리사랑’은 ‘숲사랑·한사랑’으로 만나요.
그래서 우두머리나 마름은 사람들이 ‘사랑’을 모르기를 바라면서 매를 들고서 ‘사랑의 매’를 휘둘렀습니다. 사랑에는 매질도 주먹질도 없는데, 거짓을 뒤집어씌운 나날이었어요.
누구나 저마다 스스로 참사랑을 걸을 적에는 아무런 총칼을 안 휘두를 뿐 아니라, 모든 총칼을 녹여버립니다. 우리가 스스로 참사랑이라면 힘이 아닌 기운을 밝혀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가 참말로 참사랑이라면 이름값을 내세워 작은이를 괴롭거나 밟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서로 동무로 얼크러져요.
사랑인 마음에는 사랑이 있을 뿐입니다. 사랑이 아닌 마음이기에 총칼을 거머쥐고서 싸움을 일으키려 하고, ‘총칼을 앞세워야 전쟁을 막는다’는 거짓말을 퍼뜨리려 해요.
이제부터 눈뜰 수 있기를 바랍니다. 총칼을 쥔 놈치고 사랑으로 나아간 놈은 없습니다. 총칼을 앞세우는 놈치고 전쟁을 부추기지 않은 놈은 없습니다. 총칼을 들먹이거나 말하는 놈치고 사랑을 깨닫거나 바라보거나 나누는 놈은 없습니다. 총칼은 만들지도 팔지도 사지도 않을 일입니다. 사랑씨앗을 심고, 사랑노래를 부르고, 사랑살림을 지을 일입니다. 《아돌프에게 고한다》는 사랑을 잊은 채 사랑을 밟으려고 했던 어리석은 ‘아돌프’들한테 외치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철수와 영희가 총칼이 아닌 사랑을 바라보고 품고 가꾸기를 바라는 눈물노래입니다.
ㅅㄴㄹ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蟲
“황씨뿐만이 아니야. 만주인들은 사사건건 일본 군인한테 업신여김당하고 혹사당했어. 그런데도 학교에선 일본 군인이 정의로운 전쟁을 수행한다고 가르쳤지.” (42쪽)
“우리가 배운 정의는, 옳은 일을 행하는 게 아니라 상대를 위압하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단 걸 깨달았지.” (43쪽)
“애국심이 왜 싫어요?” “아니, 그건 오로지 전쟁을 위해서 이용당하는 개념에 불과해. 일본인이 함부로 떠드는 ‘야마토다마시’란 말을 듣고 만주인들이 얼마나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는지, 난 몇 번이나 목격했어.” (44쪽)
“만약 쓰레기라면 쓰레기답게 총통 각하께 충성을 바치다가 쓰레기답게 죽는 거다! 제국이 무너지면 우리도 끝장이야! 결국 우린 국가라는 거대한 체제에 처박힌 쓰레기에 지나지 않아!” (182쪽)
“흠, 자네 베를린에서 꽤 유명했다던데, 여기서도 실력 좀 보여주게. 유대인 2000명을 부헨발트 수용소까지 이동시켜!” “걸어가란 말씀입니까?” “물론 도보로 이동한다. 단, 쉬게 하지 말고 계속 걷게 해. 뒤처지는 놈은 죽여. 먹을 것도 주지 마. 가능한 한 많이 탈락시켜서 처분해. 도착할 때까지 반으로 줄여. 수용소에 자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194쪽)
“상관없습니다. 제가 바퀴벌레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녀석들은 대단한 존재입니다. 사람들한테나 까닭 없이 미움을 받지만 다른 생물들한테선 살아갈 권리를 인정받으니까요. 게다가 바퀴벌레는 인간이 멸망한 후에도 씩씩하게 살아남을 거라고 하잖습니까?” (203쪽)
“저런 놈들은 아무렇지 않게 유대인을 죽이다가도, 혼자가 되면 자칫 양심의 가책에 무너지곤 해. 아직 햇병아리거든.” (23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