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7.
《기생수 6》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3.10.25.
조용히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일을 갈무리한다. 우리가 마실 물이 햇볕을 넉넉히 받아들이도록 파란병에 땅밑물을 담아 마당에 내놓고, 쌀을 씻어 불려놓는다. 낱말책 여미는 일을 조금 더 하고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인다. 빨래까지 해놓고 마당에 넌 뒤에 자리에 누워 등허리를 편다. 이윽고 일어나서 자리맡에 잔뜩 쌓은 책을 읽는다. 시골에서는 날마다 책집마실을 못 할 뿐 아니라 이따금 할 뿐이라서 ‘나중에 읽을 책’을 미리 사서 쟁인다. 하루 책집마실을 하면 한꺼번에 몇 달치 읽을거리를 사는데, 지난해랑 그러께에 꽤 많이 들여놓았지. 숲노래 책숲에 깃든 책바다를 쳐다보는 이웃님은 “이 많은 책을 다 읽었어요?” 하고 묻는다. “살 적에 먼저 한 벌 읽고서, 느긋이 두고두고 되읽습니다.” 하고 대꾸한다. 곰곰이 보면 모든 책읽기란 ‘처음부터 끝까지 슥 훑기’가 아닌 ‘되읽고 새로읽고 거듭읽어 새로읽기’이지 싶다. 《기생수》를 오랜만에 되읽었다. 2003년 언저리에 이 그림꽃을 장만하면서 “언젠가 나도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한테 언제쯤 이 책을 건네고서 함께 생각을 나눌 수 있을까?” 하고 혼잣말을 했다. 스무 해가 지나도록 아직 알아보고 아끼는 손길이 있기에 판이 안 끊어진 고마운 그림꽃 가운데 하나이다.
#寄生獸 #岩明均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