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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지음 / 작아진둥지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2.27.
인문책시렁 285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작아진둥지
2022.6.22.
《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강은진, 작아진둥지, 2022)를 읽었습니다. 글님은 글님 집안이 ‘가난하다’고 여기는 듯싶으나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로 본다면 ‘아주 가난’은 아닙니다. ‘참으로 가난’하고는 퍽 멀지만 ‘안 가난’이라고 여기기는 어렵습니다.
가난은 돈셈으로 못 따집니다. 달삯으로 40만 원이나 100만 원을 벌기에 가난하다고 여길 만할 테지만, 41만 원이나 105만 원을 번다면 안 가난일까요? 40만 원이나 100만 원부터 1만 원씩 올려서 하나하나 따져 봐요. 우리는 어느 만큼 벌 적에 비로소 ‘안 가난’으로 받아들일까요? 얼핏 보자면 40만 원하고 40억 원 사이는 하늘땅처럼 먼 듯싶으나, 1만 원씩 놓고서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40만 원하고 40억 원은 뜻밖에도 ‘똑같’습니다.
가난벌이 탓에 으레 한숨인 가시어머니한테 여쭌 적 있어요. “장모님, 한 달에 얼마를 벌면 안 가난이라고 여기시겠어요?” “돈? 많으면 좋지.” “많으면 좋다고 하시면 안 돼요. 딱 금을 긋고서 얼마면 좋다고 말씀해 보셔요.” “너무 어려운데.” “200만 원은요?” “좀 적은데.” “300만 원은요?” “좀 좋기는 한데 그래도 모자라지.” “그럼 400만 원은요?” “한 달에 400 벌면 좋지.” “자, 그러면 399만 원은요?” “좋지.” “398만 원은요?” “좋지.”
200에서 100을 붙인 300이랑 100을 더 붙인 400을 가르면 얼핏 ‘더 좋은 벌이’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1씩 덜면 400에서 어느새 300에 이르러도 “좋지.”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고, 200뿐 아니라 100에 이르러도, 0을 지나 -100에 이르러도 “좋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꾸로 셈해도 똑같습니다. -400이 나쁘다고 여기더라도 1씩 더해서 +400에 이르러도 그만 똑같이 “나쁘지.”란 말이 나와요.
벌이가 크기에 가멸찬 살림이지 않습니다. 벌이가 적기에 가난한 살림일 수 없습니다. 스스로 가멸차다고 여기니 가멸차고, 스스로 가난하다고 자르니 가난합니다. 몇 억을 넘어 20억이나 200억이나 2000억을 주무른다지만, 웃지 않고 울지 않는 그들은 참말로 가멸찰까요? 이름을 드날린다지만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500원에 사먹을 틈이 없는 그들이 참말로 가멸찰까요? 한동안 우두머리(대통령)나 벼슬꾼(시장·군수·장관·국회의원)으로 우쭐거린다지만, 아이를 자전거에 태워 가볍게 바람을 가르면서 노래할 줄 모르는 그들이 어떻게 가멸찰까요?
부디 ‘가난씻이(가난 탈출)’를 하지 않기를 바라요. 스스로 삶을 가꾸어 살림을 노래하는 하루를 지으면서 이야기꽃으로 빛나는 사랑을 길어올리는 오늘을 누리기를 바라요. 돈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스스로 온마음 가득 사랑을 품고서 온몸으로 함께할 만한 일놀이를 하려느냐 아니냐를 바라볼 노릇이지 싶어요.
둘레에서는 저를 보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버스를 타면서 아이랑 천천히 다니는 저를 보면서, 등짐을 잔뜩 짊어지고 한여름에 뙤약볕을 걸을 뿐 아니라, 한겨울에도 으레 맨발에 고무신으로 다니는 저를 보면서 “왜 그리 가난하게 사소?” 하고 흘겨보는데, 언제나 빙그레 웃으면서 “조금 앞서 노래하는 새 보셨어요? 어쩜 이렇게 구성지게 노래하면서 하늘을 가를까요?” 하고 대꾸합니다. 이런 다음에는, 흔들흔들하는 시골버스에서 쓴 노래꽃(동시)을 글판에 옮겨적어서 척 건네요. “걸어다니고 새노래를 듣고 하늘바라기를 하고 아이들하고 도란도란 수다를 떨다가 쓴 글(시)이에요. 즐겁게 누려 보셔요.” 하고 덧붙입니다.
ㅅㄴㄹ
작지만 다시 집이 생기고 아빠는 오토바이 퀵서비스 기사가 되어 돈을 벌었다. 자식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각자의 삶을 살았다. 엄마는 그제야 ‘일’을 나섰다. 처음에는 집에서 인형에 눈알 붙이는 부업을 했다. 이후 집 근처 공장에 다녔다. 엄마는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를 만났다. 엄마가 처음 알게 된 외국인이다. 엄마는 중국인 동료로부터 배운 중국어를 집에 와서 내게 알려주었다. 또 중국 요리를 배워 와 집에서 만들어 주었다. (78쪽)
우리 가족은 유정 언니가 풀타임 직업을 가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언니가 풀타임 직장을 구했다면,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가능했을까? (137쪽)
위험하고, 힘들고, 오랜 시간 일하던 지훈이는 반복적으로 일을 그만두었다. 또 지훈이가 오토바이 배달, 치킨집, 카페 매니저로 10년을 성실하게 일한다고 해도 승진할 수 없고, 기술자가 되지도 못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 일해도 월급은 제자리다. (233쪽)
우리 가족의 계급은 노동자고, 계층은 빈곤층이다. 그리고 노동자로의 자부심은 가난으로 훼손당했다. (24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