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2.24. 심다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낱말풀이를 할 적에는 낱말 하나가 막히면, 잇달아 100이나 200뿐 아니라 1000이나 2000이 줄줄이 막힙니다. 이럴 적에는 어떻게 하느냐 하면 손을 놓습니다. “이 낱말을 풀이하려면 더 살아내고 살펴보고 생각하면서 둘레를 느껴야 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입니다.
낱말책을 짓는 사람한테는 마감이 없습니다. 마감을 세워도 안 됩니다. 배우고 익히고 갈고닦아서 “자, 이제 물처럼 술술 흘러나오는구나!” 하고 느끼는 날까지 가만히 볼 뿐입니다. 갓난아기가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서고 걷는 결을 다그칠 수 있나요? 그저 사랑으로 지켜보고 바라볼 뿐이에요. 낱말 하나를 풀이할 적에도 ‘아직 뜻풀이를 못 하겠다’면 ‘이 낱말하고 얽힌 삶·살림’이 어떤 실마리인지 다 모른다는 뜻입니다.
뜻풀이란, 삶을 풀어냈을 적에 저절로 해내는 길입니다. 글쓰기도 이와 같아요. 부디 억지로 글을 쓰지 맙시다. 스스로 오늘 하루를 사랑으로 살아내는 살림꽃을 피우면 언제 어디에서나 글은 빗물처럼 내리고 눈송이처럼 퍼붓습니다.
쉬우면서 수수한 우리말 ‘몸·모습·모·목’이 서로 어떻게 얽히는가 하는 실마리를 어제 낮에 드디어 매듭을 지었습니다. 다른 낱말도 그렇지만, 실마리를 다 풀고 나면 “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고 느껴요. 이제 앞으로 두 낱말을 더 풀어내고서 철수와영희 펴냄터로 《삶말 꾸러미》를 넘기려 하는데, 하나는 ‘심다’이고, 둘은 ‘자리’입니다.
우리말 ‘심다’랑 ‘심’은 늘 맞물릴밖에 없어요. 어떤 이는 곧잘 한자 ‘心’을 붙이곤 하지만, 우리 살림살이를 두루 볼 적에 ‘새알심’이나 ‘소매심’이 한자 ‘心’일 수는 없습니다. 풀줄기나 나무줄기 속에 깃든 ‘심’도 ‘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싯심·삼심’에서 ‘실’을 얻어요. 속을 이루는 든든하면서 아늑한 한복판이기에 ‘심’이고, 이 심을 풀어서 새롭게 엮고 짓는 길로 삼기에 ‘실’입니다.
눈치가 빠르다든지, 시골에 사는 분이라면 이미 알 텐데, 우리말 ‘심’은 ‘힘’하고 같은 낱말입니다. ‘심 = 힘’입니다. 그러니 ‘나무심기·씨앗심기’를 할 수 있어요. ‘심줄 = 힘줄’이요, 이 얼거리인 터라 ‘실’은 그토록 가늘고 길면서도 날실씨실로 엮어서 든든하고 포근한 옷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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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