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2.6.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

 옥영경·류옥하다 글, 한울림, 2022.12.30.



며칠 앞서 바깥일을 보고 돌아오면서 손발가락이 언 듯싶다. 오늘 비로소 언손·언발이 녹는다. 더 추운 날에는 얼지 않다가 살짝 찬바람이 불던 날 얼었다. 손발가락이 얼면 뭘 할 적마다 따끔하기도 하지만, 걸을 적마다 찌릿하다. 카레랑 밥을 한참 끓이고 곁밥을 마련할 즈음 큰아이가 부엌에 와서 거든다. 밥을 다 차리고서 눕는다. 밥짓기를 하느라 힘을 쓰고 나면 밥술을 뜰 기운이 없다. 우리 어머니도 밥짓기를 마치면 안 먹고 살짝 누우셨다. 어릴 적에는 몰랐는데, 먹어야 기운이 나지 않더라. 먹으면 졸립더라. 등허리를 펴고서 땅기운하고 하늘기운을 가만히 그리면서 힘을 모조리 뺄 적에 오히려 몸이 살아난다고 느낀다. 《납작하지 않은 세상, 자유롭거나 불편하거나》를 읽었다. 어머니랑 아들이 함께 여민 책은 사랑스럽다. 다만, 아들이 쓴 글이 꽤 어렵다. 아니, 어려운 책만 읽고 어려운 말을 자꾸 쓰려 한다. 시골에서 나고자라서 시골바람을 마시는 사람으로서 시골노래를 들려주는 수수하고 자그마한 책을 곁에 둘 수 있을까? 《아나스타시아》나 《람타 화이트북》이나 《영리한 공주》나 《펠레의 새 옷》이나 《이 세상의 한 구석에》나 ‘오제 아키라 만화책’이나 《즐거운 불편》이나 《슬픈 미나마타》를 읽을 수 없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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