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흉 2022.2.28.달.



흉(단점)은 왜 보일까? 모자라거나 못하는 모습은 왜 느낄까? 네 흉을 네가 보기도 하지만, 남 흉을 네가 보기도 하고, 네 흉을 남이 보기도 하지. ‘흉허물없는’ 사이가 있다지? 어버이로서 아이를 보면, 아이한테 흉도 허물도 없어. 아이로서 어버이를 볼 적에도 같아. 사이좋게 지내는 동무일 적에도 흉허물없이 살고, 사랑으로 만난 사이라면, 더더욱 흉허물이 없어. 곰곰이 보렴. 서로 ‘사랑이라는 사이’가 아니기에, 흉을 보고 허물을 본단다. 스스로 ‘사랑이라는 마음’이 아니기에, 네가 너를 보든 네가 남을 보든, 남이 그 남 스스로 보든, 남이 너를 보든, 모두 흉이나 허물을 본단다. 스스로 사랑일 적에는 ‘나무라거나 따지거나 손가락질을 할 흉허물’이 아닌, ‘저마다 다르게 몸을 입고서 살아가는 오늘’을 보게 마련이야. 사랑이기에 포근히 감싸면서 넉넉히 어루만질 숨결을 바라보지. 너한테서든 남한테서든 흉이나 허물이 보인다면 그때마다 스스로 멈추고 생각해 봐. 너는 사랑을 느끼고 누리면서 나누려는 생각이니? 너는 사랑을 잊은 채 헤매고 아프면서 갇히려는 생각이니? 모자라거나 못하는 모습을 느끼기에 갈고닦거나 고치면서 나아갈는지 몰라. 그러나 갈고닦거나 고칠 적에는 ‘그곳이 모자라거나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모자라거나 못하다’라는 생각은 너나 남 모두 ‘모자라거나 못하다’라는 길로 갇히도록 이끌어. 네가 네 삶을 갈고닦거나 고친다면, 너는 늘 네가 사랑으로 나아갈 꿈을 바라보면서 즐겁게 나아간다는 뜻이야. 모자라거나 못하는 데를 네가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기를 바라.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을 그리기를 바라. 모자란 데를 채우지 말고, 사랑이 차오르도록 마음을 가꾸기를 바라. 못하는 데를 고치지 말고, 신나게 노래하는 마음을 돌보기를 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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