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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직업 잔혹사 - 문명을 만든 밑바닥 직업의 역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지음, 신두석 옮김 / 한숲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인문책 2023.2.18.
인문책시렁 279
《불량직업 잔혹사》
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
신두석 옮김
한숲
2005.10.7.
《불량직업 잔혹사》(토니 로빈슨·데이비드 윌콕/신두석 옮김, 한숲, 2005)는 “The Worst Jobs In History”를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애써 옮기기는 했으나 ““The Worst Jobs”이라고만 했을 뿐 ‘잔혹’이란 한자말이 끼어들 틈은 없습니다. “The Worst”를 ‘불량’이란 한자말로 옮겨도 될는지 아리송하고요. 줄거리를 돌아본다면 “끔찍했던 일”쯤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모질던 일”이나 “사납던 일”로 풀어도 어울립니다.
윗자리라는 곳에 있던 임금·벼슬아치·돈바치·글바치는 다른 사람을 ‘사람’으로 안 여겨 왔습니다. 하늬녘(서양)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매한가지요, 중국하고 일본도 똑같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조선 발자취를 더듬으면서 몇몇 임금을 ‘뛰어나거나 훌륭한 분’으로 치켜세우곤 하는데, 참말로 ‘임금을 섬겨’도 될까요? 그들 임금이 하루라도 여느 흙일꾼을 ‘사람’으로 여긴 적이 있을까요? 그들 임금·벼슬아치·돈바치·글바치는 나라를 위아래로 갈라서 ‘백성·양민’이라는 목숨을 한낱 부스러기나 톱니바퀴쯤으로 여기지 않았나요?
하늬녘이건 우리나라이건 종(노예)이 있습니다. 지난날이건 오늘날이건 종(노예)은 버젓이 있습니다. 더구나 스스로 ‘사람’이란 자리를 생각하지 않는 이들은 몇몇 우두머리를 끔찍하게 섬기는 나머지 ‘허수아비·꼭두각시(친위대·홍위병)’ 노릇에 발벗고 나서기까지 합니다. 그들 힘꾼(권력자)은 바로 사람들이 스스로 ‘사람’인 줄 잊고서 ‘그들바라기(임금바라기)’를 할 적에 기운(에너지)을 빼앗는데, 바로 우리 스스로 이 얼거리를 못 깨닫기 일쑤입니다.
이제라도 깨달아야 합니다. 왜 묻기(설문조사·인기투표)를 자꾸 자주 할까요? 묻기(설문조사·인기투표)를 하는 까닭은 아주 쉽게 알 만해요. 우리가 우리 스스로 ‘사람’인 줄 잊고 ‘그들바라기(임금바라기)’를 하도록 내몰아요. 누가 더 낫거나 나쁜가를 가르도록 내몰면서 싸움씨앗을 우리 마음에 심고, 우리가 낫다고 여기는 우두머리를 저쪽에서 나쁘다고 여기면 “저놈은 바보 아냐?” 하면서 짜증을 일으켜 끼리끼리(우리끼리) 싸우도록 부추기고, 그들(임금·권력자)은 윗자리에 팔짱을 끼면서 이 다툼판을 키들거리면서 내려다봅니다.
《불량직업 잔혹사》는 그들(임금·권력자)이 윗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어떻게 짓밟고 괴롭히면서 사람들 스스로 마음을 잊거나 잃도록 내몰아서 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끔찍하고 사납게 발자취(역사)를 더럽혀 왔는가를 차근차근 짚는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가 ‘발자취 익히기(역사 공부)’를 하겠다고 말하려면, 그들(임금·권력자)이 일삼은 굴레질을 꿰뚫어볼 노릇입니다. 그들(임금·권력자)이 일삼고 벌이고 꾀하면서 홀리는 모든 굴레질을 꿰뚫지 않고서 그들섬기기(임금섬기기·권력자 추앙)에 얽매인다면, 바로 우리가 스스로 ‘사람’이라는 숨결인 줄 잊고서 우리 기운을 그들한테 몽땅 바치는 꼴입니다. 이름을 잊으면 사람이 아닌 종이자 톱니바퀴로 나뒹굴다가 죽습니다.
ㅅㄴㄹ
노예들이 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일의 종류와 일할 장소에 대한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16쪽)
로마제국의 부유한 시민들의 멋진 장신구에 쓰일 금을 캐다 돌라우코티에서 죽은 광부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27쪽)
바이킹이 강인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실 그들은 그래야만 했다. 습격을 하자면 으레 엄청난 고통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그들은 차가운 북해에 떠 있는 지붕 없는 배 안에서 여러 밤을 지새웠다. (60쪽)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림 그리는 데 열중하느라 모델을 팔다리와 근육의 흥미로운 배치 외의 어떤 대상으로 보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만 여성 모델이 서는 날이면 미성년 학생을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이 몰래 들어오는 사건이 많았다. 심지어 황태자조차도 나체의 여인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땐 입장료를 지불하고 왕립미술원의 미술 교실에 들어가 앉아 있곤 했다. (253쪽)
차 밀수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체의 불법 거래를 막은 것은 법령 개정이었다. 1832년 해부법은 구빈원에서 사망한 빈민자의 시신을 해부실습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빅토리아 시대 구빈원은 항상 만원이었기에 구빈이 외과의사가 필요로 한 시체를 모두 공급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259쪽)
#TheWorstJobsInHistory #TonyRobinson #DavidWillcock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