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30 스승



  흔히 “어른은 가르치는 사람, 아이는 배우는 사람”처럼 여기지만,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어른은 배우는 사람, 아이는 사랑받는 사람”일 테고, “어른은 아이한테서 배우는 사람, 아이는 어른한테서 사랑받는 사람”이기에 서로 반가이 어우러지면서 환하게 피어나는 사이로 지내는구나 싶습니다. 어른·어버이는 ‘아이낳기’로 가르는 이름입니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아버지한테는 ‘어버이’란 이름을 나란히 얻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았어도 아직 ‘어른’이라고는 안 하지요. 철이 들기에 비로소 ‘어른’입니다. 여덟 살이나 열두 살이어도 철빛을 고이 품으면 어른입니다. 어른은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나아가며 철을 읽고 삶을 깨닫고 살림을 짓는 사람입니다. 어른이기에 ‘길잡이·이슬받이’ 같은 몸짓일 만하고 ‘스승’이 될 때가 있어요. 우리말 ‘스승’은 ‘스님’하고도 맞물리는데, ‘슬기로운 님’입니다. ‘슬기’란 스스로 보고 느끼면서 알아차리는 빛입니다. ‘스승·스님 = 스스로 사랑빛·삶빛·살림빛’이라 하겠습니다. 스승은, 길을 짚거나 알려주기는 하되, 새길을 스스로 나아갈 뿐입니다. 잡아끌거나 떠밀지 않아요. 누구나 스스로 새길을 지으며 누리도록 몸소 보여주는 스승이요 어른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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