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우리말 노래꽃

숲빛노래 . 나비살이 2023.1.23.



잎을 갉으며 잎내음 물씬

마디마디 받아들이고서

밤빛을 헤아리며

잠이 들지


허물을 벗으면서 조금조금

작은몸 키우고 키우다가

배고픔 사라지며

고치 틀지


풀잎물 가득한 몸을

바람에 햇볕에 별빛에

그대로 맡기며

고이 녹여


햇살 한 줄기 드는 날

알록달록 날개 달고서

고마운 풀꽃나무 찾으며

꽃가루 옮겨


ㅅㄴㄹ


꽃가루받이를 하며 꽃꿀을 누리는 나비입니다. 날개를 달고 풀꽃나무 곁에서 씨앗맺이를 거들기 앞서는 풀잎이나 나뭇잎을 갉으며 천천히 몸을 살찌우는 나날을 보내요. 푸나무는 뒷날에 깨어날 나비를 그리며 기꺼이 잎을 내어준답니다. 애벌레는 풀물을 넉넉히 누리고서 깊이 잠들고, 앞으로 바람춤으로 놀 새길을 꿈꾸지요. 허물벗기랑 날개돋이를 우리 모두한테 가만히 보여주는 ‘나비’는 “나는(날아오르는) 빛”이라 여길 만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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