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생색 2023.2.4.흙.
티를 내고 싶으면 내도 되는데, 티를 내다 보면 자꾸 티끌이 되고 티끌로 쌓여. 티를 내는 마음에는 티눈이 생겨서 엉거주춤하거나 나중에는 못 걷기까지 하더라. 티를 내지 않으니 빛이 난단다. 티나게 할수록 빛나지 않을 뿐 아니라, 빛바래고 말더라. 왜 ‘티·티끌’이라고 하겠니? 빛날 적에는 스스로 가볍게 날아오르거나 날아다녀. 빛나지 않을 적에는 스스로 숨결을 갉아먹다가 무너져서 티끌(먼지·부스러기)로 흩어진단다. ‘해가 빛날’ 적에 해를 생각하니? ‘해가 빛날’ 적에는 햇빛을 누리면서 네가 이 삶에 펼 빛그림을 바라본단다. 해는 너더러 “해를 쳐다보거나 올려다보라”는 뜻으로 빛나지 않아. 해는 네가 스스로 빛을 받아들여서 나아갈 삶그림을 펴면서 웃고 노래하기를 바라지. 네가 새벽에는 해를 바라볼 수도 있어. 그러나 너는 ‘해바라기’에 매이려고 태어나지 않았단다. 넌 꿈을 그려서 사랑을 누리고 나누는 하루를 늘 새로운 오늘로 살아가려고 태어났어. 넌 숨을 안 쉬면 죽지만, 넌 숨쉬려고 태어나지 않았어. 네 꿈길을 가려고 태어났지. 무엇이든 다 보아도 돼. 섬기거나 올리거나 기리거나 높이거나 얽매이거나 사로잡히거나 나무라지도 마. 네가 지을 하루를 보면서 살렴. 둘레에서 누가 자꾸 티내려 하면 빙그레 웃어 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