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4.
《나쁜 말 사전》
박효미 글·김재희 그림, 사계절, 2022.2.25.
설날쉼이 끝난다. 새벽까지는 구름 한 조각이 없더니 아침부터 구름이 짙게 끼고는, 어느새 눈이 펑펑 내린다. 날이 뚝 떨어진다. 온통 하얗게 덮는 눈으로 가뭄을 살짝 가려 주리라. 지난가을부터 고흥군은 마을알림으로 “가뭄 극복에 앞장서자”하고 “산불 예방”하고 “코로나 예방” 세 가지를 날마다 세 벌씩 꼬박꼬박 쩌렁쩌렁 시끄럽게 틀어놓는다. 벼슬꾼(공무원)은 시끄럽게 마을알림을 틀어놓고는 ‘일을 다 했다’고 떠들리라. 모든 집이 땅밑물(지하수)을 쓰면 걱정없을 텐데, 땅밑물은 물장사(생수판매 기업)가 거머쥐는 판이다. 먹는샘물은 페트병 쓰레기이다. 앞뒤가 어긋난 이 꼴을 우리 스스로 언제 깨달아 바로잡을까? 낮부터 구름이 걷히고 눈이 녹는다. 《나쁜 말 사전》을 처음 장만해서 읽을 적에는 꽤 재미있겠구나 싶었으나 찬찬히 짚으면서 읽자니 여러모로 ‘나쁘다는 생각을 심으려고 좀 억지를 쓰면서 밀어붙이는구나’ 싶더라. 얼핏 보면 ‘차별반대’라는 목소리를 펴는 듯하지만, ‘어깨동무’라는 목소리하고는 멀다. ‘어린이’를 바라보기보다는 ‘순이(여성)’만 바라보려 하면서 그만 이야기도 한켠으로 기운다. 수수한 우리말을 자꾸 낮춤말로 여기고 한자말로 써야 높임말인 듯 다루는 흐름도 얄궂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