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2.8.
오늘말. 둥지틀기
해질녘이면 깃들 곳을 찾아 날아가는 크고작은 새를 마주합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포근히 지내고서 바야흐로 아늑히 잠자리에 들 테지요. 잦아드는 멧새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보금자리를 헤아립니다. 두멧시골에 들어앉은 모습을 보고서 “왜 시골에 눌러앉느냐? 서울에서 쫓겨났느냐?”고 묻는 분이 참 많았습니다. 시골은 둥지를 틀면서 몸을 두면 안 될 곳인지 알쏭합니다. 서울에서 싸우듯 돈·이름·힘을 거머쥐면서 버텨야 돋보인다고 여기는 뭇마음을 느낄수록 더더욱 두멧시골에 고요히 머무르면서 넋을 가꾸자고 생각합니다. 솜씨로 맞붙거나 재주로 달려드는 길은 삶이 아닌 수렁 같아요. 마음으로 마주서고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길이기에 삶이며 살림이라고 느껴요. 흔들림없이 살지는 않습니다. 갈대도 들풀도 나무도 크고작은 바람에 가볍게 춤추더군요. 가만히 춤추는 하루는 배짱이나 뱃심하고 달라요. 비바람을 맞받기보다 비바람이랑 놀아요. 돌개바람한테 안 대들고 돌개바람 한복판에 서며 노래합니다. 하늘한테서 빛을 받고, 땅한테서 기운을 얻습니다. 썩 굳세거나 튼튼하지는 않으나, 풀꽃나무 곁에서 푸르게 오늘을 살아갑니다.
ㅅㄴㄹ
깃들다·둥지틀기·머물다·머무르다·두다·몸을 두다·보내다·지내다·살다·있다·차지·앉다·눌러앉다·들어앉다·주저앉다·서다·오다·들어서다·들어오다 ← 주둔
세다·굳세다·꿋꿋하다·씩씩하다·의젓하다·싸우다·대들다·달려들다·당차다·다부지다·단단하다·탄탄하다·튼튼하다·아멸지다·야무지다·견디다·참다·굽힘없다·흔들림없다·마주서다·마주받다·맞서다·맞받다·맞버티다·맞붙다·뜨겁다·불끈하다·타오르다·활활·배짱·뱃심·버티다·내버티다·기운차다·기운내다·힘차다·힘내다 ← 건투, 투지, 투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