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 / 숲노래 우리말
곁말 93 한터울
이제는 ‘연년생’이 무엇을 가리키는 줄 알고, 소리도 제법 냅니다. 어린날에는 ‘연년생’이 뭔 소리인지 잘 몰랐고, 무엇보다 소리를 못 내었습니다. 속으로 “어른들은 왜 이렇게 뭔지 모를 말을 하고, 게다가 소리도 내기 어려운 말을 왜 자꾸 쓸까?” 하고 생각했어요. 어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자니, ‘연년생 = 한 살 터울’이더군요. 또 속으로 “뭐야? 한 살 터울인 사이라면 ‘한살터울’이라 하면 되잖아? 쉽게 말하면 되는데 왜 어렵게 말을 한담!“ 하고 생각했지요. 말 그대로입니다. 터울이 한 살이 지니 ‘한살터울’입니다. 한 해를 살아가는 풀을 ‘한해살이(한 + 해 + 살이)’라 하듯 ‘한 + 살 + 터울’이라 하면 넉넉합니다. 여러 해를 사는 풀이라서 ‘여러해살이’예요. 삶 그대로 말로 옮깁니다. 살림을 고스란히 말로 담기에 아이어른 누구나 수월하면서 즐거워요. 한자로 말을 짓고 삶을 그리는 터전이라면 ‘연년생’을 쓸 테지만, 우리한테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살림을 지은 숨결을 그대로 말에 실을 노릇입니다. 새말은 새마음에서 싹터요. 새길은 새빛을 품는 몸으로 걸어요. ‘한살터울’은 ‘한터울’처럼 줄일 만합니다. ‘한터울’은 ‘한또래’랑 비슷한말로 삼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한터울 (한 + 터울)
1. 한 살을 터울로 낳은 아이. 한 살을 터울로 아이를 낳음. 한 아이가 태어나고서 한 해 뒤에 태어난 아이. 아이를 낳은 다음해에 아이를 낳음. (= 한살터울·한해터울·한해받이. ← 연년생)
2. 나이·생각·마음이 같거나 비슷한 사이. (= 한또래 ← 동갑, 동년배, 동학년, 동창同窓, 동기同期, 동문同門, 동료, 팀메이트, 동급생, 형제, 형제간, 자매, 자매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