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3.2.7.

수다꽃, 내멋대로 34 지하철 무임승차



  예전에 나라지기(대통령)를 뽑을 즈음, 정몽준 씨가 버스삯을 몰랐다고 밝혔다가 호되게 얻어맞은 적이 있다. 그런데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회창·김대중·노무현·박근혜·문재인·윤석열·이재명 같은 이들은 버스삯이 얼마인 줄 알까? 시내버스삯이나 시외버스삯을 알까? 전철삯이나 기찻삯을 알까? 다들 모르리라. 그들은 시내버스도 전철도 탈 일이 없고 타지도 않으니까 모른다.


  숲노래 씨 아버지는 경기 성남에서 으뜸어른(교장 선생님)으로 일하다가 물러났는데, 이분도 버스삯이건 전철삯이건 모른다. 탄 적도 탄 일도 없으니까. 어떻게 타야 하는 줄을 모르고, 종이(표)를 끊는 길조차 모르며, 타고내리기도 모르는데다, 그냥 하나도 모른다.


  곰곰이 보면 나라지기나 꼭두머리에 선 이들은 길삯을 아예 모르고 안 쳐다본다. 이들은 북새통(러시아워)을 모르고, 불수레(지옥철)를 겪은 적이 없다. 서울을 비롯한 큰고장을 보면, 전철마다 ‘어르신 그냥타기(노인 무임승차)’를 한다. 시골버스(군내버스)만 있는 모든 시골에서는 여든 살이건 아흔 살이건 삯을 내고서 탄다. 곰곰이 생각한다. 예순다섯도 아닌 여든다섯 시골 할매할배는 여태 버스삯을 고분고분 내면서 살아왔다. 따돌림(차별) 아닌가? ‘어르신 그냥타기’는 서울이나 큰고장 아닌 시골에서야말로 할 일 아닐까? 시골에는 전철이 없으니 어쩔 길이 없다고 느끼지 않는다. 전철은 모두 나랏돈으로 마련한다.


  길삯이야 그냥그냥 내면 그만일 수 있다. 나라에서는 언제나 ‘미래산업’에 ‘ai’에 ‘4차산업’에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밥’을 먹어야 살아가며 온갖 일을 한다. 밥을 안 먹으면서 문학을 펴거나 책을 읽거나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다들 시골에서 거둔 밥을 바탕으로 모든 숱한 일을 할 수 있다. 기름을 안 때도 살 수는 있어도, 밥과 물과 바람이 없으면 살 수 없다.


  박정희는 새마을바람을 일으켜서 시골 논밭지기를 거의 모조리 서울로 쓸어갔다. 새마을바람은 어린이와 푸름이와 젊은이를 모조리 서울로 내보내면서 ‘배움턱을 디딘 적 없는’ 어버이를 시골에 남긴 채, 이제 이분들은 할매할배가 된다. 일자리와 이름자리와 힘자리가 다 서울에 있다고 여기니, 숱한 사람이 서울과 서울곁에 모이고, 모든 행정과 복지는 서울로 쏠린다. 너무 뻔한 ‘인구소멸행정’인 셈인데, 온나라 온사람 밥살림을 도맡은 시골 할매할배한테 ‘시골버스 그냥타기’라든지 ‘시골택시 그냥타기’ 같은 아주 조그마한 복지를 할 수 없을 만큼 우리나라가 가난한지 궁금하다. 게다가 시골 할매할배는 저잣날(장날)에 가끔 시골버스를 타니, 이분들이 ‘그냥타기’를 한들 나라나 고을(지자체)에서 댈 이바지돈도 매우 적게 든다.


  그런데 시골에서는 다른 ‘복지’가 있으니, 시골 어린이·푸름이(8∼19살)는 ‘50원 버스’나 ‘100원 버스’를 탄다. 시골 어린이·푸름이가 하도 서울이며 큰고장으로 빠져나가는 터라, 시골에서는 진작부터 어린이는 50원을 내고 푸름이는 100원을 내는 얼거리로 바뀌었다. 할매할배가 젊어서 고되게 일을 하고서 늘그막을 쉬는 터라 길삯을 나라에서 대주는 일은 나쁘지 않되, 우리 삶터가 고르게 아름다우려면, ‘어른삯(노인수당)’을 받는 어르신은 길삯을 고스란히 내는 길로 가야 맞고, 어린이·푸름이한테 에누리를 해주어야 맞다고 여긴다. 시골뿐 아니라 서울·큰고장에서도 어린이랑 푸름이한테는 ‘50원 버스·100원 전철’을 할 수 있고, 할 노릇이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버스나 전철을 탈 적에 에누리를 받도록 길을 터야 비로소 나라 앞길을 돌본다고 여길 만하다.


  온나라 곳곳에서 ‘저출산 대책·인구소멸 대책’을 세운다며 해마다 나랏돈(세금)을 펑펑 써대는데, 그런 짓 그만두고 ‘어르신 그냥타기’를 없애고 ‘어린이·푸름이 그냥타기’로 바꾸기를 빈다. 그런데 이렇게 하자면 나라지기를 비롯해 모든 벼슬아치가 달구지를 버려야 할 테지.


  왜 벼슬아치가 달구지를 버려야 할까? 이분들은 ‘걸어다니’지 않기에 마을과 고을을 못 보고서 지나친다. 걸어다니지 않기에, 시골버스를 안 타기에, 작은 곳부터 가꾸는 길을 들여다볼 틈이 없다. 부장도 과장도 팀장도, 주무관도 군의원도 국회의원도, 군수도 시도지사도 대통령도, 하루는 달구지를 타되 하루는 걷거나 버스나 두바퀴를 타기를 빈다. 몸소 이 땅을 디딜 적에 ‘어떤 복지’를 할 노릇인지 몸으로 느낄 만하다.


  제발 나라지기부터 두 다리로 걷거나 두바퀴를 달리거나 버스·전철을 타기를 바란다. 지킴이(경호원) 없이 걸어다니지 못한다면, 달구지 없이 두바퀴를 달리지 않는다면, 누가 돌 던질까 걱정하느라 버스·전철을 안 탄다면, 그런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시내버스도 시골버스도 안 타는 놈들이 우두머리(대통령·시장·군수)에 벼슬아치를 해먹는다면, 나라가 무너지기에 딱 좋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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