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8.


《시옷 생각》

 신재섭 글, 브로콜리숲, 2022.1.20.



곧 다가오는 설날에는 우체국이 닫는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다녀올 수 있는 날. 어떡할까 살피다가 읍내로 간다. 설 언저리에는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에 가서 다른 일도 보기로 한다. 다른 일이란 큰아이한테 붕어빵을 장만해 주기이다. 읍내에 붕어빵을 굽는 곳은 이제 셋. 띄엄띄엄 있기는 한데 모두 북적거린다. 면소재지는 조금 느긋하다. 시골버스에서 노래꽃을 쓰고 얘기꽃을 쓰는데, 아뿔싸, 오늘은 종이를 잘 챙겼으나 글붓(볼펜)을 안 챙겼다. 글꾼으로서 종이붓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구나. 두 아이가 골골대느라 집일을 도맡으니 일찌감치 기운을 다한다. 저녁별을 보면서 곯아떨어진다. 《시옷 생각》을 곰곰이 헤아려 본다. 어른이 어린이한테 읽히려고 쓰는 노래도, 어른이 어른끼리 읽으려고 쓰는 노래도, ‘멋’을 몽땅 덜어내고서 ‘사랑’ 하나만 바라볼 수 있기를 빈다. 멋스러이 선보이거나 들려줄 노래가 아니라, 언제 어디에서나 그저 사랑이라는 숨결을 들려주는 노래이기를 바란다. 사랑은 짝짓기가 아니다. 짝짓기는 그냥 짝짓기이다. 사람으로서 숲빛을 살리는 맑고 밝으면서 포근한 숨결을 푸르게 지어서 나눌 줄 아는 마음이 사랑이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낱말을 안 쓰고서 사랑을 그릴 줄 안다면 모두 노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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