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6.


《빛으로 담은 세상 사진》

 진동선 글, 웅진씽크빅, 2007.2.1.



겨울 복판을 지나가는 이즈음, 풀을 새록새록 느낀다. 늦가을에는 거의 시들고, 첫겨울에는 아주 시들다가, 한겨울에는 납작하니 땅바닥에 붙고, 늦겨울에는 흙하고 한몸이 되는구나 싶다. 이러는 사이 봄맞이풀은 첫겨울이나 한겨울 포근한 날에 조물조물 올라오려 하고, 나뭇가지에 트는 움이 조금씩 또렷하게 빛난다. 바람소리는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듯 기운을 쏟아내고, 한밤에 별빛은 이제 시리도록 환한 빛에서 부드러이 환한 빛살로 바뀌어 간다. 저녁에 커피콩을 장만하러 읍내를 다녀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에서 한창 글을 쓰는데 버스일꾼이 두 아이한테 “아, 서야 하는데 깜빡 했네. 미안하다.” 하고 말을 하지만 멈추지는 않는다. 얼른 멈추고서 마주 들어올 시골버스를 알려주어야 하지 않나? 《빛으로 담은 세상 사진》을 가만히 읽어 보았다. 어린이한테 ‘사진’을 알려주려는 책이기는 한데, “빛으로 담은”이라 말하면서 정작 ‘사진(寫眞)’이란 한자말을 바꿀 생각은 못 한다. 다들 그렇다. ‘사회·학교·정치·교육·문화·문학·종교’ 같은 한자말을 그냥 쓴다. 못 바꾼다고 여기는 듯한데, 바꿀 마음이 없지 않나? 틀에 박힌 눈으로는 새롭게 못 가꾸고 못 나눈다. 빛꽃을 보지 않으면 빛도 꽃도 없이 메마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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