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5.


《길동무 꼭두》

 김하루 글·김동성 그림, 북뱅크, 2022.11.30.



포근한 날씨는 끝나고 찬바람이 몰아친다. 그렇다고 얼어붙지는 않는다. 빗방울은 그칠 동 말 동하더니 그치고, 늦은낮부터 해가 나온다. 해질녘에는 별이 하나둘 보인다. 저녁에 뒤꼍 모과나무 곁에 서서 별바라기를 하다가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느낀다. 바람을 보았달까. 바람한테도 돌하고 풀꽃하고 풀벌레하고 숲짐승하고 새하고 물방울하고 사람처럼 똑같이 숨결이 흐른다. 잠자리맡에 앉아서 콧물을 훌쩍이며 얘기꽃(동화)을 쓰다가 드러눕는다. 골이 띵하다. 《길동무 꼭두》를 읽었다. 글하고 그림이 어우러지면서 죽살이 이야기를 다루는 듯싶으면서도 어떤지 죽살이 이야기에서 비껴선 듯싶다. 죽음은 나쁠 수 없고, 삶은 좋을 수 없다. ‘죽음 = 나쁨 = 궂김’이란 틀에 가두고서 ‘삶 = 좋음 = 안 궂김’으로 가른 나머지, 애써 ‘꼭두’를 줄거리로 삼았으나 살짝 엇나갔구나 싶다. ‘꼬’로 말밑을 잇는 ‘꼭두·꼴찌·꼬리·꽃’인데, 끝은 늘 처음으로 이으면서 씨앗이다. 수수하게 이야기를 다룰 수 있기를 빈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기에 나쁠 수 없다. 그저 넘어진 일이고, 까진 무릎에 새살이 돋으며 한결 튼튼하다. 몸뚱이로 이곳에 있어야만 삶일 수 없다. 넋이라는 숨결을 아우르는 길을 읽고 얘기하고 나눌 적에 삶이 깨어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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