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3.


《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글/민승남 옮김, 미디어창비, 2021.3.15.



미역국을 끓인다. 큰아이가 거든다. 다가오는 흙날에 가시아버지 여든잔치에 가려고 한다. 미리 움직이려고 이모저모 알아본다. 흙날에는 길손집 하룻삯이 곱빼기요, 빈칸도 드물다. 그래도 버스는 네 자리를 잡았으니, 잘 달려가면 되리라. 곁개를 헤아리는 노래를 담은 《개를 위한 노래》를 돌아본다. 책이름에 왜 ‘-를 위한’을 넣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책이름은 그저 “Dogs Song”이다. ‘개노래’나 ‘멍멍노래’나 “개를 노래한다·개를 노래하며”라 하면 된다. ‘개노래’라 하면 나쁜말인가? 고양이를 노래하면 ‘고양노래’이다. 꽃을 노래하면 ‘꽃노래’이다. 오직 이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딴마음을 품기에 나쁜말이나 좋은말로 갈라치기를 하고 만다.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수수하게 품는 숲빛으로 바라보고 나눌 적에는 아무런 갈라치기가 없으면서 늘 사랑이 감돌 뿐이다. 날이 갈수록 우리말을 배우는 이웃사람(외국사람)이 늘어나는데, 이런 엉터리 이름이나 옮김말씨가 자꾸 불거진다. 소리내기(발성법)에 마음쓰는 이는 무척 많으나, 막상 ‘말소리에 담을 말과 넋과 숨결과 생각’에 마음쓰는 이는 매우 적다. 개를 노래하면서 ‘개노래’라 말하지 못 하는 딱하고 가난하고 철없고 바보스런 마음부터 씻어낼 일이다.


#DogsSong #MaryOliver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그것을 되찾기도 하지

→ 다시 어려우면 되찾기도 하지

→ 다시 어려룰 적엔 되찾기도 하지


바쁜 삶 속에서 그들을 잃고 말지

→ 바빠서 그들을 잃고 말지

→ 바쁜 탓에 그들을 잃고 말지

→ 바쁜 나머지 그들을 잃고 말지


아마도 바구니 안에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 아마도 바구니에 다른 강아지와 함께


나의 개는 꽃을 좋아했지

→ 우리 개는 꽃을 좋아했지


그렇게 그 개의 배회는 계속되었다

→ 그렇게 그 개는 자꾸 맴돌았다

→ 그렇게 그 개는 또 떠돌았다

→ 그렇게 그 개는 내내 돌아다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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