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
《훈데르트바서의 집》
제랄딘 엘슈너 글·루시 반드벨드 그림/서희준 옮김, 계수나무, 2020.10.30
면소재지 어린배움터에 ‘입학유예 신청서’를 쓰러 간다. 큰아이는 이제 마지막이고, 작은아이는 여섯 해째이다. 어린배움터 바깥을 알록달록 새로 발랐네. 이런 데에 쓸 돈은 있구나. 처음 고흥에 깃들 무렵 면소재지 어린배움터는 200 남짓이었으나 2023년에는 마흔을 조금 넘긴단다. 배움터 둘레 나무를 가지치기 해놓은 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차츰 줄다가 닫으리라 본다. 아니, 이미 ‘분교장’처럼 꾸려야 맞다. 큰아이는 길가에 봄풀이 오른 모습을 알아본다. 쪼그려앉아 들여다본다. “잣나물이 꽃망울을 맺는구나. 곁에 봄까지꽃이 있고.” 《훈데르트바서의 집》을 읽었다. 어떻게 이 그림책을 풀어내면 어울리려나 하고 한참 생각한다. 풀꽃이랑 나무를 살피는 집지기(건축가)가 있으면 반갑되, 모든 집은 집지기 혼자 짓거나 가꿀 수 없다. 마을사람이 스스로 지어서 가꿀 집이다. 따로 글바치가 글을 써야 할 까닭이 없이 누구나 글을 쓸 노릇이다. 길잡이(교사)만 아이를 가르치나? 아니다. 모든 어른·어버이가 아이를 이끌 슬기롭고 어진 눈빛일 노릇이다. 몇몇 사람 머리에서 나온 꾸밈빛은 나쁘지 않되, 마을사람 스스로 다 다른 손빛으로 가꾸는 마을빛으로 나아가면서, 길바닥을 뜯어내고 쇳덩이를 치우면 참으로 사랑스러우리라.
#UneMaisonFantastique #GeraldinElschner #LucieVandeveld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