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 / 숲노래 우리말
곁말 90 눈밥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면 다른 철에는 맛볼 수 없던 차가운 덩이나 조각을 누립니다. 말 그대로 ‘얼음’이에요. 아무것도 안 타거나 안 섞은 얼음은 그저 “언 물맛”이지만, 어느새 손이 빨갛게 얼면서도 얼음조각을 자꾸 쥐며 찬맛을 즐깁니다. 아침이면 어디 고드름이 맺혔나 하고 두리번거려요. 고드름을 쪽쪽 빨면 입까지 얼어붙는 듯한데, 얼음도 고드름도 겨울답게 차디찬 맛이 즐겁습니다. 이러다가 눈송이가 하나둘 날리면 혀를 날름날름 눈밥을 먹습니다. 하루 내내 뛰놀며 힘을 몽땅 쏟아붓는 아이들은 겨우내 얼음·고드름·눈을 곁밥으로 삼습니다. 나중에 ‘아이스크림’이란 이름인 먹을거리를 만나는데,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은 ‘얼음’이라고만 하시기 일쑤였습니다. 하긴, 그렇지요. 고물을 얹든 안 얹든 ‘떡’입니다. 속을 넣든 안 넣든 ‘빵’입니다. 먼나라에서 들어온 먹을거리를 수수하게 ‘얼음’이란 이름으로 가리킬 만해요. 또는 아이들이 혀를 날름날름하며 누리던 ‘눈송이밥’을 줄인 ‘눈밥’이라 할 수 있어요. 따로 ‘얼음밥’이나 ‘얼음고물’이라 해도 어울릴 테지요. 찌릿찌릿 차갑게 퍼지는 겨울스러운 맛으로 혀를 달래고 몸을 다독입니다. 물방울은 비도 샘도 내도 되고, 눈도 얼음도 되면서 반짝입니다.
눈밥 (눈 + 밥) : 얼려서 눈처럼 누리는 먹을거리. 달콤한 고물을 얹거나 섞어서 누리기도 한다. (= 얼음·얼음밥·얼음고물·얼음보숭이. ← 아이스크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