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25.

고약말 꾸러미 ― 시험



[국립국어원 낱말책]

시험(試驗) : 1.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 2.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실지로 증험(證驗)하여 보는 일 3. 사람의 됨됨이를 알기 위하여 떠보는 일. 또는 그런 상황



  배우는 곳인 ‘학교’이지만 자꾸 ‘시험’을 치릅니다. 요새는 ‘시험’이 확 줄어들기는 했어도, 어린배움터에서만 조금 줄었을 뿐, 푸른배움터에는 아직 숱한 ‘시험’이 도사립니다. 푸른배움터를 마치는 열아홉 살 무렵에는 무시무시한 수렁(입시지옥)이 기다려요. 그런데 이 수렁을 지나더라도 일자리를 찾으려고 다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얼거리입니다.


 시험 → 겨루다. 해보다


  말뜻으로 본다면 ‘살피고(검사) 따진다(평가)’고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시험’이란 ‘줄세우기’라고 여길 만합니다. 첫째부터 꼴찌까지 값을 매기는 모습이에요. 이러다 보니 뒷줄로 밀리지 않고 앞줄로 나서려고 돈이나 힘을 쓰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앞줄에 안 서면 뒤떨어지거나 모자라다고 여겨요. 솜씨를 알아보고자 ‘겨룰’ 수는 있되, 이보다는 우리 배움터 어디에서나 ‘해보기’로 바꾸어야지 싶습니다. 잘 하든 못 하든 해볼 수 있도록 돕고, 이기거나 지거나 따지지 말고 스스럼없이 해보도록 북돋우고, 새길로 첫발을 내딛는 몸짓으로 해보는 살림을 배우는 즐거운 터전이 되어야지 싶어요.



[숲노래 낱말책]

겨루다 : 1. ‘누가 이기거나 지는지·낫거나 모자란지’를 한자리에서 몸으로 부딪히면서 서로 알아보다. 2. 힘·솜씨·재주·몸짓·말글이 어떠한가 한자리에서 서로 보여주거나 내놓거나 내세우면서 알아보다.

해보다 : 1. ‘할 만한지·할 수 있는지·해도 될는지’ 알아보려고 스스로 나서거나 부딪히거나 뛰어들거나 달려들다 2. ‘이기거나 지는지, 낫거나 모자란지, 솜씨·재주·힘·기운이 어떠한지’를 알아보려고 몸으로 나서다. 3. 아직 없거나 이루지 않은 일·것·살림·짓을 처음으로 펴거나 내놓거나 보이거나 밝히려고 나서다. 4. 남이 따르거나 따라할 수 있도록 먼저 몸·몸짓·모습으로 보여주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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