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24.

오늘말. 에누리


어버이가 지은 밥을 한 숟가락 뜬 아이가 맛있다고 웃습니다. 웃는 아이 숟가락질을 바라보는 어버이는 이 꽃낯만 보더라도 배부릅니다. 밥술을 안 뜨더라도 맛밥을 듬뿍 누립니다. 아이가 차린 밥을 한 젓가락 집은 어버이가 맛좋다고 노래합니다. 노래하는 어버이 젓가락질을 지켜보는 아이는 이 꽃얼굴을 보면서 더 신납니다. 빼어난 솜씨여야 좋지 않습니다. 즐겁게 사랑하는 마음이면 넉넉합니다. 이름빛을 날려야 훌륭하지 않습니다. 기쁘게 얼싸안는 눈망울이면 흐뭇합니다. 값을 내리면 많이 팔린다고 여기지만, 저는 에누리를 안 반깁니다. 처음부터 제값을 붙이면 되어요. 제대로 지은 살림을 떨이로 넘겨야 한다면, 지음이도 쓰는이도 안 즐거운 삶입니다. 고맙기에 덤을 줄 수 있어요. 더잔치를 열면서, 여태 받은 고운손길을 기릴 수 있어요. 다만, 후리지는 말아요. 싸게팔기도 에누리판도 아닌, 나눔마당이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 이름꽃을 밝히면서 아낄 사람씨입니다. 풀꽃씨를 돌아보고 나무씨를 헤아립니다. 별씨를 읽고 빗물씨를 맞이합니다. 모든 말은 씨앗이고, 모든 몸짓도 눈짓도 씨알이에요. 깎으려 들면 마음이 늙습니다.


ㅅㄴㄹ


맛꽃·맛밥·멋밥·맛나다·맛있다·맛좋다·맛깔나다·맛깔스럽다·맛깔지다·맛지다·맛차다·좋다·뛰어나다·빼어나다·훌륭하다 ← 영양만점


씨·씨앗·씨알·사람씨·이름씨·이름·이름길·이름꽃·이름빛·이름줄·꽃낯·꽃얼굴 ← 성씨(姓氏), 성(姓)

에누리·에누리판·에누리밭·에누리마당·에누리잔치·깎다·내리다·접다·더하기날·더잔치·더하기마당·더하기잔치·더하기판·덤·덤덤·덤자리·덤마당·덤판·덤잔치·덤날·떨이·떨이하다·후리다·싸게팔기·싸게넘기기 ← 할인, 할인판매, 할인행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