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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었어 ㅣ 하늘파란상상 8
이정덕.우지현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15년 5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3.1.23.
그림책시렁 1149
《걸었어》
이정덕·우지현
청어람주니어
2015.5.10.
늘 나무를 지켜보는 사람은 걸을 적이든 달릴 적이든 겨울눈이 맺은 나무빛을 알아차립니다. 나무를 어쩌다 힐끗하는 사람은 다 다른 나무를 알아차리지 못 하기도 하지만, 겨울나무가 봄나무로 건너가면서 맺는 잎망울이며 꽃망울을 못 보고, 우리 누구나 저마다 나무인 줄 안 깨닫습니다. 해마다 설이며 한가위를 맞이하면, 서울을 떠난 부릉물결이 시골로 쳐들어옵니다. 고즈넉하던 시골은 며칠 동안 쇳덩이로 북새통입니다. 이러다가 다시 부릉물결을 매캐하게 일으키며 서울로 돌아가는 쇳덩이인데, 다들 까만길에서 한나절도 두나절도 보내요. 들숲바다를 품는 하루가 아니라, 쇳덩이에 스스로 갇히면서 풀빛도 꽃빛도 나무빛도 하늘빛도 별빛도 구름빛도 햇빛도 잊는 굴레입니다. 《걸었어》는 그야말로 걷는 나날을 누리면서 담아내는 꾸러미입니다. 그저 걸어요. 그냥 걸어요. 그대로 걸어요. 걷다가 쉬어도 되고,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도 돼요. 걷다가 달려도 즐겁고, 걷다가 자리를 깔고서 도시락을 먹어도 신나요. 바람을 마시지 않으면 바람결을 모르고 바람빛을 그리지 못 합니다. 사랑을 심지 않으면 사랑씨앗을 못 보고 사랑열매를 못 맺습니다. 우리 다리로 걸어요. 쇳덩이는 좀 치워요. 아이 손을 잡고 눈을 마주하면서 웃어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