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22.

곁말 88 감은눈·고요귀



  다쳐서 아픈 사람이 있습니다. 태어날 적부터 아픈 사람이 있어요. 아프지는 않으나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이 있어요. 안 아프면서 눈으로는 보기 어렵거나 귀로는 듣기 어려운 사람이 있고, 걸어다니지 못 하는 사람이 있어요. 뚜벅뚜벅 걸어다니기에 ‘뚜벅이’에 ‘걷는이’입니다. 걷지 않고 앉아서 지내기에 ‘앉은이’입니다. 구경을 하니 ‘구경꾼’이고, 바라보기에 ‘보는이’라면, 눈을 감기에 ‘감은눈’입니다. 소리를 들을 적에는 ‘듣는귀’요, 소리를 듣지 않고서 고요히 지낼 적에는 ‘고요귀’입니다. 한자말 ‘장애인’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장애자’란 한자말에서 ‘-자(者)’가 ‘놈’을 가리킨대서 ‘-인(人)’으로도 바꾸고 ‘-우(友)’로도 바꾸는데, 우리말 ‘-이(사람)’를 쓰면 되어요. ‘따님·아드님·장님·임금님’처럼 ‘-님’을 붙일 수 있습니다. 예부터 우리말은 꾸밈없이 나타내면서 허물없이 어깨동무하는 숨결을 나타냅니다. 말끝을 바꾸면 ‘짓는이’가 ‘짓는님’이나 ‘짓는놈’이 됩니다. 수수하게 ‘-이’요, 일로 삼기애 ‘-꾼·-쟁이’요, 잘 하기에 ‘-장이’인데, ‘-빛’을 붙일 수 있어요. 서로 돌보거나 아끼려는 마음을 담아 ‘-님’을 붙이니, ‘감은님’에 ‘고요님’이기도 합니다.


ㅅㄴㄹ


감은눈 (감다 + ㄴ + 눈) : 눈을 감음. 눈을 감은 사람. 눈으로 어떤 모습·빛·그림을 볼 수 있지 않은 사람. 어떤 모습·빛·그림에 따라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 (= 감은빛·감은님·장님·눈못보기. ← 시각장애인, 맹인盲人, 실명失明, 실명자失明者)


고요귀 (고요 + 귀) : 고요한 귀. 귀로 어떤 소리·가락을 듣거나 느낄 수 있지 않은 사람. 어떤 소리·가락에 따라 움직이거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 (= 고요님·귀못듣기·귓님·손말님·조용님. ← 청각장애인, 농인聾人)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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