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8.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김탁환 글, 해냄, 2022.4.25.



배롱빛 소금을 큰자루로 장만했다. 볕이 좋은 마당에 앉아서 병에 천천히 옮긴다. 큰아이하고 작은아이한테 맡기는데, 소금 옮겨담기가 재미난 듯싶다. ‘노래그림판’을 큰 꾸러미에 스물두 자락 담아서 시골버스를 탄다. 고흥읍 커피집 〈보아즈〉에서 ‘노래그림잔치(시화전)’를 열기로 했다. 며칠만 걸고 끝이 아닌, 틈틈이 새 노래그림판으로 갈아서 걸려 한다. 큰아이하고 함께 걸었고, 큰아이는 커피집 아저씨한테 그림 한 자락을 척척 새로 그려서 건네준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글바치가 얼마나 시골을 등지거나 모르는가를 새록새록 느꼈다. 또한 ‘시골살이 = 논밭짓기’로 잘못 알기도 한다. 논밭은 서울(도시)에서도 지을 수 있다. ‘시골살이 = 풀꽃읽기 + 들숲바다읽기 + 바람노래 + 멧숲놀이’라고 여길 만하다. 적잖은 분들은 ‘귀촌·시골로 내려간다’처럼 말하지만, 서울에서 나고자란 이는 ‘귀촌’이 아닐 뿐더러, 시골로 ‘내려갈’ 수 없다. 시골에 깃들기로 했으면 적어도 열 해쯤은 호미·낫·삽을 빼고는 쥐지 말아야 한다. 열 해 동안 풀꽃나무하고 사귀면서 철들기(철읽기)를 하고서야 땅을 마련해서 논밭을 지으면 된다. 서두르지 말자. 제철을 알려면 먼저 ‘놀고 노래할’ 줄 알아야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그럼 시골에서 논밭 안 짓고 뭐 해요?”

하고 묻는 분이 꽤 있다.

난 빙그레 웃으면서

“긍게요, 뭘 할까요? 그냥 살아 보시면 알아요.”

하고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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