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그리고 1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정은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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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3.1.18.

만화책시렁 505


《그리고, 또 그리고 1》

 히가시무라 아키코

 정은서 옮김

 애니북스

 2014.11.12.



  붓을 쥐면 누구나 붓님입니다. 붓을 쥐더라도 다 붓님이지는 않습니다. 글을 쓰면 누구나 글님입니다. 글을 쓰더라도 다 글님이라 하지 않아요. 얼핏 보면 두동진 듯하지만 곰곰이 보면 ‘붓’ 때문에 붓님일 수 없고, ‘글’은 누구나 쓰되 아무나 못 씁니다. 《그리고, 또 그리고》는 그림꽃님이 그림길을 걷는 나날을 다섯걸음으로 간추려서 보여줍니다. 철없는 푸름이로 노닥거리다가 얼결에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붙고, 다시 노닥거리다가 조금씩 철이 들면서 ‘그림을 왜 누가 어떻게 담는가’를 시나브로 익히는 길을 들려주어요. 마음이 없이 움직인다면 틀에 박혀요. ‘틀’이란 뜀틀이나 빨래틀처럼 뻣뻣하거나 딱딱한 것일 수 있고,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몸짓일 수 있습니다. 마음이 있으면 누가 틀에 가두려 해도 갇힐 일이 없어요. ‘마음으로’ 그리기에 ‘마음대로’ 나아갑니다. ‘마음껏’ 그리기에 ‘마음빛’이 환하게 퍼집니다. 오늘날 우리 둘레를 보면 미술대학·문학대학(문예창작)뿐 아니라 갖은 대학교가 판칩니다. 그곳을 나오기에 꾼(전문가)일 수 있지 않습니다. 그저 종잇쪽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마음에 사랑을 담기에 어버이요, 마음에 꿈을 담기에 어른이요, 마음에 놀이를 담아 아이입니다. 그림은 뭘까요?


ㅅㄴㄹ


“선생님은 어느 미대를 나오셨어요?” “난 대학 안 나왔다.” (54쪽)


“넌! 이것도 그림이라고 그렸어? 종이가 아깝다! 종이에게 사과해라! ‘더럽혀서 죄송하다’고 사과해!” (103쪽)


“전 못 해요!” “못 하긴 뭘 못 해? 무조건 해라! 인물화란 모델의 인간성까지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법! 네가 성의 없이 포즈를 취하니까 그림도 맥없는 시시한 그림이 되는 거다!” (1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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