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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 세상을 위해 알아야 할 이야기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25
이수정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23년 1월
평점 :
숲노래 어린이책 2023.1.18.
맑은책시렁 291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
이수정 글
홍윤표 그림
철수와영희
2023.1.15.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이수정·홍윤표, 철수와영희, 2023)를 반갑게 읽었습니다. 어린이한테 으뜸길(헌법)을 들려주는 책은 곧잘 나오는데, 막상 속깊이 다가가기보다는 겉에서 가볍게 짚고 지나가기만 한다고 느낍니다. 일살림길(노동법)을 다루는 자그마한 《선생님, 노동법이 뭐예요?》는 우리 터전에 선 틀(법)이 무슨 뜻이나 값어치이며, 이러한 틀을 우리가 어떤 눈으로 바라보면서 헤아리고 가다듬으면서 삶터를 가꿀 만한가 하는 속내를 차분히 밝혀 줍니다.
어느 틀이 서기에 나라·삶터·마을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아무런 틀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 마음을 아름답고 즐거우면서 사랑스레 다스릴 적에 비로소 아름답습니다. 틀이 없이 누구나 어깨동무하며 아름다울 노릇입니다만, 틀이 없다는 핑계로 말썽을 일으키거나 검은셈을 키우는 무리가 있기에, 차근차근 틀을 세우곤 합니다.
아직 일본스런 한자말 ‘노동’을 그대로 쓰고, ‘근로·근무’ 같은 한자말을 섞어서 쓰는데, 우리말로 하자면 수수하게 ‘일’이요, 조금 더 살피자면 ‘일살림’입니다. “일하는 살림”이자 “일로 살리는 길”입니다.
어린이한테 ‘일살림길·일살림틀’을 들려주는 뜻을 생각해 봅니다. 어린이하고 함께 살아가는 어버이는 누구나 일꾼입니다.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꾼이기도 하고, 집에서 집일을 하는 일꾼이기도 합니다. 바깥일이건 집안일이건 모두 살림을 가꾸는 일이니, 어린이는 언제나 어버이 곁에서 ‘일을 바라보고 느낍’니다. 이러한 일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찾고, 어떻게 나눌 적에 서로 아늑한 하루일 만할까요?
어른이 맡기는 심부름이란 무엇이고, 어린이가 자라나는 길에 곁일(알바)을 한다면, 곁일삯은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온누리 모든 틀(법)을 다 알아야 하지는 않습니다. 틀을 세우는 뜻을 읽을 수 있어야 하고, 틀이 어떻게 서는가를 짚을 줄 알아야 하고, 틀이 알맞은가 아닌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해요.
일·일살림·집살림·바깥일·돈·이웃·어버이·사람·나·마을·나라, 이렇게 어우르는 길에 틀(법) 하나를 새삼스레 엮어서 바라봅니다. 어린이로서 가게에서 주전부리 하나를 사먹을 적에 마주하는 어른도 ‘일꾼(노동자)’입니다. 버스나 전철을 모는 어른도 일꾼입니다. 가르치는 어른도, 길에서 스치는 모든 어른도 저마다 일꾼입니다. 글월이나 짐을 나르는 어른도, 밥을 지어서 팔고 빵을 구워서 파는 모든 어른도 일꾼이에요. 일꾼이면서 이웃이고 우리 어버이나 한집사람입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살림살이를 우리가 손수 짓지 않았다면, 둘레에서 이웃 어른들이 일꾼으로 지내면서 마련했습니다. 살림 하나를 누리면서, 떡 한 덩이나 빵 한 조각을 먹으면서, 저마다 일살림꾼으로서 일삯을 알맞게 누리는가를 돌아보면서 보듬는 얼거리가 일살림길(노동법)입니다.
ㅅㄴㄹ
어떤 법이 우리 삶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법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잘 살피면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고쳐야 해요. (20쪽)
처음 노동법이 만들어진 과정에는 어두운 면이 숨어 있어요. 겉으로는 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은 일을 계속 시키려면 일할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안 됐던 거죠. (23쪽)
무엇보다 여러분이 즐겁게 하는 놀이나 활동이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겨지면 안 돼요. (42쪽)
나이가 적든 많든, 여자든 남자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학을 다녔든 아니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는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있으니까요. (60쪽)
아쉬운 점은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직 큰 회사에만 의무라는 거예요. 작은 회사라고 위험이 적지는 않은데도 말이죠. (95쪽)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만든다면 새로운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가 생길 때마다 노동법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거예요. (12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