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굶다 2023.1.9.달.



굶는 사람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니? 푸른별에서 나는 먹을거리로는 모자라기에 굶을까? 먹을거리는 적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굶을까? 이 푸른별에서 굶는 사람이 나올 까닭이란 없어. 보렴. 굶는 사람 둘레에 헤픈 사람이 잔뜩 있어. 넘치는 먹을거리를 버리는 사람이 엄청나단다. 얄궂지 않나? 이쪽에서는 없어서 굶고, 저쪽에서는 넘쳐서 버리는구나. 곰곰이 보기를 바라. 넘쳐서 버리는 이는, 힘·이름·돈을 쥐었고, 없어서 굶는 이는 힘·이름·돈이 없구나. 그렇다면 누구나 힘·이름·돈을 누리는 터전이라면, 따로 힘·이름·돈을 부려야 할 까닭이 없는 터전이라면, 굶거나 헤픈 사람이 없을 테지.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누리는 사람이라면, ‘넘쳐서 버릴’ 만큼 마구 거두지 않아. 스스로 안 짓는 사람이기에 ‘넘쳐서 버릴’ 만큼 ‘빼앗’는단다. 임금·벼슬아치·글바치는 ‘빼앗는’ 자리야. 잘 봐. 힘·이름·돈을 틀어쥔 이들은 임금·벼슬아치·글바치란다. 요새는 여기에 장사꾼이 붙었지. 그리고 ‘임금·벼슬아치·글바치·장사꾼’한테 붙어서 부스러기나 콩고물을 얻는 꼭두각시·허수아비도 ‘비슷하게 헤프게 써서 버리는’ 나날을 보내는 장난을 하더구나. 숲이나 시골이나 들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숨결이 저마다 다르게 빛나고 어우러진단다. 서울(도시)에서는 스스로 지을 틈이 없어. 서로 빼앗고 빼앗기는 싸움판이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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