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2 - 다시 페르세폴리스로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최주현 옮김 / 새만화책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숲노래 만화책 2023.1.14.

만화책시렁 498


《페르세폴리스 2》

 마르잔 사트라피

 최주현 옮김

 새만화책

 2008.4.15.



  누구나 다르게 바라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아가고, 다르게 마주합니다. 이 다른 발걸음을 헤아리기에 어우러지면서 하루를 노래합니다. 이 다른 오늘을 헤아리지 않기에 으레 툭탁거리거나 치고받거나 다툽니다. 《페르세폴리스 2》를 읽던 2008년에 푹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림꽃님은 왜 이렇게 뒷걸음질을 하며 달아나려 애썼을까요? 그림꽃님 곁에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림꽃님은 ‘굴레(히잡)를 씌우는 이란’만 아니면 된다고 여기면서 귀를 닫았습니다. 할머니도 어머니도 아버지도, 또 마을 이웃이며 동무도 여러모로 삶을 들려줄 수 있고, 이 삶말에서 새길을 찾을 수 있는데, 이 모두한테서 등을 돌리고서 프랑스로 떠났어요. 오늘날 우리나라를 보면 ‘시골·작은고장’에서는 뜻을 못 펴리라 여겨 서울(대도시)로 떠나는 젊은이가 수두룩합니다. 시골하고 작은고장에서 천천히 스스로 꽃으로 피어나는 길을 등돌리는 마음이라면, 서울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숱한 순이도 이란에서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못 가지만, 숱한 돌이도 매한가지입니다. ‘나만 아프고 힘들다’는 마음에 사로잡히면 오늘도 어제도 모레도 못 느끼고 못 보면서 서울굴레에 새롭게 갇힙니다.


ㅅㄴㄹ


그리고 파티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이란에서 파티할 때는 모두 춤추며 음식을 즐겼다. 빈에서는 누워서 마리화나 피우는 것을 더 좋아했다. 게다가 공공장소에서 하는 그들의 성적인 행위는 나를 난처하게 했다. 전통주의 국가에서 온 내게 대체 뭘 기대한단 말인가. (35쪽)


나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 했고, 나의 과거를 없애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의식이 그걸 다시 불러왔다. 급기야 국적을 속이기까지 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어느 파티에서, “넌 어디서 왔어, 마리-잔느?” “난 프랑스인이야.” “아, 그래? 프랑스인치곤 재미있는 억양이구나.” 당시엔 이란은 ‘악의 전형’이었고, 이란인이라는 것은 견디기 힘든 무거운 짐이었다. 거짓말하는 게 그 짐을 지는 것보다 더 쉬웠다 … 그리고 저녁에 집에 와서 나는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렸다. ‘언제나 네 존엄성을 잃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라!’ (45쪽)


#Persepolis #MarjaneSatrapi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