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1.13.

오늘말. 높고낮다


알지 못하는 사람더러 “알지 못하는군요” 하고 말할 뿐이지만, 알못이는 이런 말을 대단히 싫어합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아는 사람더러 “아는군요” 하고 말하면, 아는 사람은 안 싫어해요. 떠돌아다니기에 떠돌이라 하고, 나라에서 일하니 나라일터라고 합니다. 모든 말은 삶자리에서 고스란히 피어납니다. 굳이 벼슬을 붙이거나 감투를 올려야 하지 않습니다. 나리님이라고 치켜세우던 낡은 버릇을 털어내어 새롭게 숨을 넣어야지 싶어요. 높은 말이나 낮은 말은 없습니다. 높고낮은 마음이나 꿈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말은 오롯이 말이고, 마음은 언제나 마음이고, 꿈은 노상 꿈이에요. 크기를 못 따지는 사랑처럼, 크고작음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자 목숨입니다. 누구라도 숨살림을 누릴 노릇입니다. 나그네도 텃사람도 푸르게 숨쉬는 나라일 적에 아름답습니다. 나중으로 미룰 까닭이 없이 느긋하게 하면 됩니다. 먼저 붙잡기보다 느긋이 마주하면 됩니다. 앞뒤를 재기보다는 얼마나 즐거운 마음인가 하고 돌아보면 돼요. 어떻게 하느냐고요? 오직 꿈을 사랑으로 그리는 마음으로 말 한 마디부터 어질게 생각하면서 심으면 되어요.


ㅅㄴㄹ


아무개·알지 못하다·알못·알못이·알못꾼·모르다·나그네·떠돌다·떠돌아다니다·떠돌이·떠돌뱅이·떠돌깨비·떠돌꾸러기 ← 무연(無緣), 무연고, 무연고자


나라일터·나라터·나라·나리·나리집·나리집안·벼슬집·벼슬터·벼슬마당·벼슬판·일터·일판·일밭 ← 관아, 관청, 관가(官家)


숨넣기·숨넣다·숨을 넣다·숨불기·숨불다·숨을 불다·숨을 불어넣다·숨살림·숨살리기·숨살림길 ←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무게·크기·크고작다·높낮이·높고낮다·앞뒤·먼저·나중·얼마나·어떻게·어찌나 ← 경중(輕重)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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