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괴물이 나타났어!
미레이유 달랑세 지음, 파비앙 옮김 / 북뱅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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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3.1.11.

그림책시렁 1137


《화 괴물이 나타났어!》

 미레이유 달랑세

 파비앙 옮김

 북뱅크

 2022.8.5.



  아이들이 부아나는 까닭은 아주 쉬워요. 못 놀거든요. 어른들도 불날 수밖에 없어요. 일을 못 하니까요. 아이는 놀이를 하기에 즐겁고 아늑합니다. 어른은 일을 하기에 뿌듯하고 느긋합니다. 아이는 놀려고 태어났습니다. 어른으로 자라는 길에 스스로 맡으면서 보람으로 누릴 일을 찾아갑니다. 《화 괴물이 나타났어!》는 아주 뻔한 줄거리를 다룹니다. 아이는 제대로 놀지 못 했을 뿐 아니라, 제대로 못 논 하루를 말로 풀어낼 틈이 없습니다. 어른은 제대로 일하지 못 했을 뿐 아니라, 어른을 제대로 알아주는 말이 없어요. 아이도 어른도 다 부아나고 불납니다. 아이한테 밥을 차려 주는 일이 나쁘지는 않으나, 아이는 늘 손을 즐겁게 씻고서 밥살림을 곁에서 돕고 함께 소꿉놀이를 할 수 있어야 비로소 보금자리입니다. 어른이 다 차려 주는 일이 안 나쁘되, 아이가 함께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집을 짓도록 느긋이 판을 벌이고서 기다리면서 수다꽃을 피워야 바야흐로 살림살이입니다. 놀이터에 가야 놀이가 아니고, 돈벌이를 쥐어야 일이 아닙니다. 몸을 마음껏 쓰면서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춤추기에 놀이예요. 마음에 사랑으로 꿈을 그려서 하루를 노래랑 춤으로 살아내며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기에 일입니다.


#MireilledAllance #GrosseColere


꽤 아쉬운 그림책.

자칫 잘못 읽으면 '위험'할 수 있는 그림책.

추천도서일 수는 없다.


둘(아이·어른)은 숨을 돌려야 불길을 잠재울 만하다. 그러나 불길만 잠재운들 불덩이는 안 사라진다. 그저 한때 불이 사그라들었을 뿐이다. 이 그림책은 줄거리가 안 나쁘지만, 겉(현상)만 다루다가 그친다. 겉을 잘 다루었으나 아름답지는 않다. 왜냐하면, 슬쩍 불을 잠재웠을 뿐, 사랑을 꽃피우는 이야기를 담지는 않았거든. 아이 곁에서 일을 할 어른을 그리지 않았고, 어른 곁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를 그리지 않았다. 아이 몫은 이렇고 어른 몫은 저렇다고 갈랐을 뿐인 그림책은, ‘오늘날 함께 생각해 볼 만한 좋은 그림감을 다룬 책’이기는 하되, 밑싹을 건드리지는 않은 터라, 똑같은 부아질하고 불질은 되풀이하고 말리라. ‘어른’은 어떤 사람이고 ‘아이’는 어떤 사람이며, ‘일’하고 ‘놀이’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짚을 노릇이다. 어른은 이래야 하거나 아이는 저래야 한다는 틀이 아닌, 오직 ‘사랑’이 무엇인가를 바라보도록 이야기를 짜야 ‘그림책’으로 읽힐 만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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