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파랗게 2023.1.3.불.



배고픔도 배부름도 없어. 배고프거나 배부르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지. 가난도 가멸도 없어. 가난하거나 가멸차다고 여기는 마음이 있어. 크거나 높을 수 있을까? 작거나 낮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렴. 겉으로 느끼거나 보는 길이 아닌, 숨결을 느끼고 보는 빛으로 품어 보렴. 너희는 ‘있지 않은 것’이 있다고 여기기에 그만 배고프거나 배부르게 느껴서 몸을 맞추려 한단다. 무언가 느끼거나 볼 적에는 무언가 다르게 느끼거나 보면서 새롭게 배우려는 길일 텐데, ‘느끼고 보아서 배웠’으면 그만 느끼고 볼 수 있어. “아, 배고픔은 이렇구나? 배부름은 이렇구나? 더위는 이렇구나? 추위는 이렇구나?” 하고 느끼고 보고 배웠으니, “자, 그러면 이제는 내 꿈그림으로 가자.” 하고 생각을 심으면 돼. 자꾸 더위·추위를 쳐다보려 하기에, 네 마음에 더위·추위를 심지. 힘이 든다고 여기니 네 마음에도 몸에도 ‘힘듦’을 심느라 스스로 못 하고 만단다. 힘이 들 적에는 “그래, 이럴 젝에 이렇게 힘이 드네.” 하고 느끼고서 “아무튼 나는 이 길을 가겠어.”나 “뭐, 그렇기는 해도 나는 이 일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심으니, 네가 마음에 심은 생각인 ‘한다’에 따라서 몸이 움직인단다. 저 하늘은 무슨 빛깔이야? 하늘을 이루는 바람은 무슨 빛깔이야? 하늘빛을 담는 바다는 어떤 빛깔이 넘실거리는 숨결이야? 하늘처럼·바람처럼·바다처럼 파랗게 적셔 봐. 하늘로·바람으로·바다로 가듯 파랗게 담아 봐. 마음에 몸에 온통 파랗게 숨빛을 입혀 봐.

.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