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2.12.31.

숲집놀이터 280. 매이다



집을 ‘짓’는다. 집에서 ‘지낸’다. ‘지그시’ 흐르는 하루를 집에서 누린다. 노래하고 하늘을 날아오르며 열매랑 꽃씨랑 꽃망울을 누리는 새가 알을 포근히 품으려고 여미는 곳을 둥지나 보금자리라 하는데, 사람이 사는 집이 둥지답거나 보금자리답다면 사랑이요, 둥지나 보금자리하고 멀다면 ‘짐’이다. 어느덧 너무 많은 아이들이 배움터(유치원·학교·학원)에 너무 오래 매인다. 너무 많은 어버이는 일터(회사)에 매인다. 아이도 어버이도 “어릴 적에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아 자란 나날”을 누리거나 나눌 겨를이 없다시피 하면서, 다들 머리에 부스러기(지식)는 많이 쌓되, 사랑은 잊다가 잃지 싶다. 집배움하고 틀배움(제도권교육)이 너무 벌어졌을 뿐 아니라, 이제 집배움은 가뭇없이 사라졌다고 할 만하기에, 이 틈을 바꾸지 않으면, 스물을 넘어가는 젊은이가 삶과 살림과 사랑이라는 길을 놓치기 쉽다고 느낀다. 나라(정부)가 틀배움(제도권교육)에 마음을 써야 하기는 하되, 우리 스스로 집배움하고 마을배움하고 숲배움을 팽개치면서 일터에 지나치게 매인다면, 나라 앞날보다도 우리 보금자리 앞날이 시커멓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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