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8.


《엄지소년 닐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트 그림/김라합 옮김, 창비, 2000.8.30.



엊저녁부터 눈발이 날린다. 새벽에 폭 덮은 흰눈을 본다. 아침 일찍 일어난 작은아이는 비질을 하며 눈을 모은다. 곁에서 함께 비질을 하며 눈을 모아 준다. 낮부터 해가 나고 구름이 춤추다가 걷힌다. 며칠 동안 벼락추위가 찾아든다. 포근날씨로 살림하는 고흥에서는 벼락추위가 길면 얼어죽는 나무가 많다. 며칠 바짝 얼었으니 한동안 바람이 풀리면서 따사로이 어루만져 주려나. 《엄지소년 닐스》는 1949년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새삼스럽다. 이웃나라에서는 그무렵에 이런 글을 써서 어린이하고 동무하는 어른이 있었네. 우리나라는 1949년에 어떤 어른이 있었을까? 이원수 님이 《숲 속 나라》를 선보인 해는 1953년인데, 총칼이 피바람으로 몰아치던 무렵에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스스로 꿈을 키우는 사랑을 밝히려는 글을 여민 어른은, 뜻밖에도 예나 이제나 드물다. 우리나라는 예전에도 요새에도 ‘서울살림(도시문명)에 갇혀 헤매거나 허덕이는 어린이’ 모습만 동시·동화·인문책으로 그릴 뿐이다. 아무래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른’이 죄다 서울이나 서울곁에서 사는 탓일 테지. ‘농업·농사’가 아닌 ‘흙·들숲바다’를 품으면서 시골에서 살림을 짓는 눈빛이나 마음일 때에라야 비로소 어린이하고 동무하는 글을 쓰리라.


#NilsKarlssonPyssling #AstridLindgren #IlonWikland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