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1.5.
오늘말. 키질
아버지는 일터에서 어머니는 집하고 마을에서 매우 바쁘셨기에 늘 심부름을 맡았습니다. 틈이 나면 두 분 팔다리나 등허리를 주물렀습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매만졌다면, 날마다 토닥토닥하는 동안 어떻게 손길을 가다듬으면 되는가를 몸으로 익혔습니다.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나고자랐기에 ‘키’라 하면 뱃길을 다루는 연모가 먼저 떠올랐고, 어머니 시골집에 마실하고서야 키질을 구경했어요. 일하는 어른들 사이에서 한참 지켜보다가 키를 쥐고서 까불러 보는데, 낯선 일이었지만 해보고 다시 하는 사이에 이럭저럭 추스를 만하더군요. 주변머리는 없지만 둘레에서 알려주는 이야기를 곰곰이 듣고서 비다듬는 나날입니다. 머리만 굴린들 되지 않아요. 몸을 쓰며 가누어야 천천히 스며듭니다. 한꺼번에 받아들이기는 어려워도, 쉽게 해치우지는 못 해도, 자꾸자꾸 힘쓰고 갈무리를 합니다. 언젠가 두름손으로 피어나겠거니 여기며 손빛을 가꾸자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칼질을 하다 손가락을 자주 벴어요. 그렇다고 부엌일을 안 할 수 없지요. 소매를 걷고 땀을 뺍니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무너지면 빙긋 웃습니다. 마음에 꽃잎을 바르고서 새롭게 이 길을 갑니다.
ㅅㄴㄹ
다루다·다스리다·가누다·가다·갈무리·거르다·추다·추스르다·걷다·긋다·버리다·굴리다·꾸리다·몸을 쓰다·삼다·다듬다·비다듬다·가다듬다·빗질·쓰다듬다·두다·두름손·보살피다·주변·주변머리·주체·주체하다·손·손길·손빛·손대다·손쓰다·내려보내다·시키다·심부름·키·키질·넘어뜨리다·무너뜨리다·무찌르다·자빠뜨리다·만지다·매만지다·어루만지다·맡다·도맡다·떠맡다·받다·받아주다·받아들이다·토닥이다·주무르다·바르다·대다·쓰다·부리다·쓱싹하다·치우다·팔다·일·일하다·움직이다·입히다·씌우다·젖히다·제치다·알려주다·알리다·여기다·잡다·죽다·죽이다·칼·해치우다·힘쓰다·하다·해놓다·해두다·해주다·해보다 ← 처리(處理)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