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1.5.

오늘말. 싱숭생숭


시골 읍내에서든 서울 복판에서든 높다랗게 가득한 잿더미가 아닌, 크고작은 새를 헤아리는 아이들은 드글드글한 쇳덩이가 아닌, 참새랑 직박구리랑 까마귀랑 딱새를 어느새 알아차립니다. 겨울이면 오리가 냇물을 가르다가 고기잡이를 하려고 고개를 척 박으며 우글우글하는 모습을 먼저 알아봅니다. 때로는 오리떼가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갑니다. 까맣게 얼크러지는 오리떼는 물결치는 듯한 소리를 냅니다. 몇몇 오리가 마당 위쪽을 가르며 지나갈 적에는 가벼우면서 길게 노랫가락이 흐릅니다. 여름이면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어딘가 복작복작 개구리노래가 있으리라 여기면서 귀를 기울입니다. 가을로 접어들 즈음에는 시끄러운 부릉소리 사이로 그윽히 흐르는 풀벌레노래를 귀여겨듣습니다. 걷다가도,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매캐한 바람이 넌출지는 곳에서도, 가늘게 울리는 새노래나 풀노래는 싱숭생숭 마음을 적십니다. 온누리 어디나 처음에는 들숲이었어요. 들빛으로 푸르고 숲빛으로 싱그럽게 부산스러운 터전이었어요. 어느덧 시끌시끌 어지럽고 뒤엉키는 나라입니다만, 차고 넘치는 북새통 사이사이 푸른숨결 한 줄기를 그리면서 걷습니다.


ㅅㄴㄹ


갈피를 못 잡다·고개를 갸우뚱하다·가득하다·그득하다·길다·꼬이다·끓다·득시글·드글드글·늘어서다·바글바글·부글부글·복작거리다·북적이다·북새통·부산스럽다·붐비다·까다롭다·귀찮다·번거롭다·성가시다·어렵다·힘겹다·힘들다·글쎄·싱숭생숭·아리송하다·알쏭달쏭·야릇하다·뒹굴다·나뒹굴다·엉망·엉망진창·아우성·어지럽다·얽다·얼크러지다·얼히고설키다·와글와글·와르르·와그르르·우글우글·우르르·웅성거리다·엉클어지다·엉키다·헝클어지다·흘러넘치다·너저분하다·넘실대다·넘치다·물결치다·발디딜 틈 없다·뒤덮다·덮다·뒤엉키다·뒤죽박죽·덩굴·덩굴지다·넝쿨·넝쿨지다·넌출·넌출지다·수런거리다·수선스럽다·시끄럽다·시끌시끌·어수선하다·좔좔·차고 넘치다·철철·콩켜팥켜·헤매다·헷갈리다 ← 복잡(複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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