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1.5.

오늘말. 구석구석


슥 지나치는 눈길로는 낱낱이 보기 어렵습니다. 바삐 지나가는 눈썰미로는 하나하나 못 봐요. 구석구석 보려면 느긋할 노릇이요, 꼼꼼히 보려면 넉넉해야 합니다. 속살을 보고 싶다지만 서두른다면 있는 그대로 못 봐요. 그러니까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몸짓으로는 제대로 못 보고, 차분히 추스르는 마음이기에 속깊이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허둥지둥할 적에는 구름빛도 바람결도 햇살도 빗소리도 못 느끼고 못 봐요. 조곤조곤 속삭이듯 둘레를 품으려는 걸음걸이일 적에 구름결이며 바람빛이며 햇볕이며 빗방울을 고스란히 느끼고 여러모로 누립니다. 더 잘 보거나 느껴야 하지는 않아요. 골똘히 보거나 빈틈없이 알아야 하지 않아요. 환히 헤아리려는 눈빛이면 돼요. 차근차근 짚으면 즐겁습니다. 느슨하게 살림을 여밀 적에는 온누리를 고루 살필 텐데, 막상 일감을 잔뜩 짊어지려는 매무새라면 어느새 하나씩 둘씩 놓칠 테지요. 따로 뭔가 보태야 하지는 않습니다. 좀더 붙여야 하지는 않아요. 꾸밈없이 마주해 봐요. 곰곰이 생각을 기울이면서 함께해요. 우리 삶은 하루하루 흐르면서 이룹니다. 조금씩 다독이면서 온마음으로 맞아들여요.


ㅅㄴㄹ


골똘히·곰곰이·꼼꼼히·촘촘히·빈틈없이·낱·낱낱·낱낱이·하나·하나하나·하나씩·콕·조금씩·조곤조곤·뚜렷이·환히·제대로·깊이·속·속깊이·속살·속알·알맹이·온·제·보기·고스란히·그대로·있는 그대로·찬찬히·차근차근·차분히·지긋이·여러·여러모로·여러 가지·따로·딱히·꾸밈없이·숨김없이·남김없이·구석구석·아주·무척·매우·몹시·잘·더·더욱더·더욱·좀더·덧붙이다·보태다·붙이다·그러니까·곧·이른바·이를테면·막상·정작·삶·살림 ← 구체적(具體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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