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3.
오늘말. 시골꽃
남새를 따로 심는 분은 으레 지심을 맵니다. 김매기를 하며 잔풀을 뽑습니다. 작은풀 탓에 남새가 못 자란다고 여기는데, 들풀이 사라진 밭에는 남새만 남으니 꽃가루받이라는 몫을 하는 풀벌레는 온풀이 아닌 남새만 갉아요. 시골에는 온갖 시골꽃이 피기에 벌나비가 온풀에 내려앉아서 쉬기도 하고, 꽃꿀을 나누기도 하고, 사람이 심은 남새가 열매를 맺도록 사뿐사뿐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풀벌레는 나비로 거듭나서 꽃가루받이를 하기 앞서 풀잎을 갉아요. 그래서 크고작은 새가 찾아들어 벌레잡이를 합니다. 해마다 봄이면 찾아오는 제비도 놀라운 벌레잡이요, 늘 마을에서 맴도는 참새도 빼어난 벌레잡이입니다. 오늘날은 흙살림이나 흙짓기가 아닌 ‘농업·농사’라는 한자말로 바뀌면서 벌레도 벌나비도 새도 꺼려합니다. 오래오래 사람하고 이웃이던 벌레랑 벌나비랑 새는 어느덧 바깥으로 밀립니다. 그러나 벌레를 징그럽다며 꺼리는 사람이 오히려 떠돌이 같습니다. 겉도는 삶이기에 새노래를 등지는 서울바라기로 굴러다니고 말아요. 누구라도 풀꽃나무를 품고서 길꽃하고 속삭이는 온꽃 같은 마음이라면 사랑스럽습니다. 작은꽃이 수수하고 고와요.
ㅅㄴㄹ
풀·풀꽃·풀꽃나무·잔풀·잔꽃·작은풀·작은꽃·길풀·들풀·시골꽃·여러풀·온풀·온갖풀·길꽃·들꽃·시골꽃·여러꽃·온꽃·온갖꽃·김·지심·누구나·누구든지·누구라도·수수하다·털털하다·여느·우리·이웃 ← 잡초(雜草)
겉돌다·겉돌이·굴러다니다·굴러먹다·남·나그네·옆사람·딴사람·다른이·둘레·떠돌다·떠돌이·떠돌뱅이·떠돌깨비·떠돌꾸러기·맴돌다·맴돌이·바깥사람·바깥돌이·바깥순이·바깥이·바깥손·바깥손님·밖사람·이웃·이웃사람 ← 주변인, 경계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