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넋 2022.12.30.

나는 말꽃이다 118 뜻풀이는 뜻풀이



  나라에서 주는 밥을 먹고서 일을 맡는 사람은 누구한테서도 돈이나 살림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지요. 어려운 말로는 ‘청탁방지법’이 있고, 쉽게 말하자면 “안 받기”입니다. 밥 한 그릇을 사주든, 붓 한 자루를 사주든, 길삯 얼마를 내주든, 주전부리나 빵 한 조각을 사주든, 모두 ‘여쭘(청탁)’이 될 만합니다. 이를 열 살에 처음 깨달았습니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긴 동무가 ‘어린배움터 지기뽑기(국민학교 반장선거)’에 나오면서 ‘30센티미터 자’에 이름을 새겨서 돌리더군요. 이 아이는 지기(반장)에 뽑혔습니다. ‘고작 자’ 하나라지만, 가난한 동무들한테 제법 큰 뒷돈(부정청탁)을 한 셈이에요. 책느낌글(서평)을 쓰는 사람한테 책 한 자락도 여쭘(청탁)이 될 만합니다. 책을 보내주니 잘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거든요. 제아무리 이름난 글님이 여쭈는 책이더라도 오직 알맹이·이야기·속내만 읽고서 ‘고르고 바르게 느낌글을 쓴다’면, ‘좋게 봐주기(주례사서평)’를 바란 이는 짜증내거나 싫어할 만합니다. 뜻풀이는 어떨까요? 어느 낱말은 ‘좋게 뜻풀이를 하’고, 어느 낱말은 ‘나쁘게 뜻풀이를 해’도 되겠습니까? 모든 낱말을 그저 ‘사랑으로 보는 눈을 바탕으로 말뜻을 고스란히 풀어’야 뜻풀이다운 뜻풀이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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