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넋 2022.12.2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52 비추천도서



  푸른배움터를 다니던 열일곱 살 무렵부터 ‘책느낌글’을 썼습니다. 오로지 스스로 읽고 느낀 대로 썼어요. 열일곱 살 푸름이가 글님이나 펴냄터를 알 턱이 없고, 그저 글빛에 흐르는 숨결을 하나하나 새기면서 나 스스로 어떻게 느끼고 삭여서 새롭게 바라보려 하느냐는 이야기를 여미었습니다. 아름책은 아름책이라 말했고, 거짓책(비추천도서)은 거짓책이라 말했어요. 제 책느낌글을 읽은 동무는 “야, 굳이 비추천도서라고 해야 하니?” 하고 묻습니다. “그럼 너는 네가 시험 볼 적에 늘 틀리는 문제를 네가 왜 틀리는지 내가 뻔히 아는데 모르는 척하고 안 짚어 주기를 바라니?” “아니, 그럼 안 되지. 알려줘야지.” “그래, 똑같아. 아름다운 책은 아름답다고 말해야겠지? 그럼 비추천인 책은 비추천이라고, 거짓책이라고 말해야지. 이뿐이야. 달리 아무 마음은 없어.” 손잡이랑 자리(안장)를 안 맞춘 채 자전거를 타면 등허리가 휘고 목이 아프며 넘어지기 좋습니다. 이웃이 자전거를 즐겁게 타기를 바라기에, ‘자전거 매무새’를 하나하나 짚어 줍니다. 우리가 읽는 책도, 글님이나 펴냄터에서 장삿속에 거짓말에 겉치레에 눈속임에 얕은꾀를 잔뜩 버무렸다면, 그저 이 대목을 낱낱이 짚으면서 “거짓책은 거짓책입니다”라 밝힙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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