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2.12.25.

오늘말. 터뜨리다


어릴 적에 어른들이 들려주는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 진다”는 참으로 무시무시했습니다. 깜짝 놀라 벌벌 떠니 빙그레 웃으며 “그런데,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고도 하지.” 하고 보태더군요. 조그마한 아이는 속으로 ‘어라, 말 한 마디를 잘못 뇌까리면 크게 빚을 진다지만, 말 한 마디를 아름답게 터뜨릴 줄 알면 외려 크게 벌기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말로 빚을 지거나 돈을 버는 살림을 어림하기는 어려웠어요. 물처럼 부드러이 흐르는 일이라면 굳이 돌아서거나 길을 틀지 않습니다. 자꾸 막히기에 고치려 하고, 이모저모 손질합니다. 길을 바꾸어야 할 때도 있어요. 높다란 담벼락에 막혀 벅찬 날 조용히 마음으로 말 한 마디를 놓습니다. “더 천천히 가자. 다시 처음부터 하자.” 까마득한 울타리를 문득 넘어선 날 신바람으로 외칩니다. “고갯마루를 넘었네. 느긋이 숨을 돌리고서 첫발을 새로 내딛자.” 곁에 작은책을 놓습니다. 생각을 살갑게 다독이면서 새록새록 북돋울 이야기꾸러미를 손수 짓습니다. 가까이에 숲을 품습니다. 마음을 푸르게 달래면서 반짝반짝 피어날 목소리를 그립니다. 우리 하루를 하나둘 밝힙니다.


ㅅㄴㄹ


말·말하다·내뱉다·뱉다·뇌까리다·털어놓다·떠벌이다·밝히다·늘어놓다·대다·들려주다·이르다·목소리·목청·소리·외치다·하다·터뜨리다 ← 발설, 발화(發話)


나·내·우리·살갑다·가깝다·곁·작다·조그맣다·마음대로·멋대로 ← 사사롭다(私私-)


갈다·갈아입다·갈아치우다·돌리다·되돌아서다·돌아서다·틀다·바꾸다·손바꿈·얼굴바꾸기·고치다·고쳐쓰다·손보다·손질하다·겉갈이·옷갈이·길틀다·길돌리다·길바꾸다·하다 ← 노선변경, 변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